스타트업계가 투자 유치 난항으로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주력 사업을 제외한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인력을 감축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각종 규제에 투자 축소가 겹치면서 구조조정 이후에도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은 기업들은 결국 사업을 중단하거나 회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스타트업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매각, 폐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최근 인력 절반가량을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전체 직원 80여 명 가운데 40명 안팎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은 2020년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결과다.
국내 프롭테크 1위 기업인 직방도 최근 권고사직을 통해 전체 직원의 10%를 정리하기로 했다. 부동산 거래 절벽과 이에 따른 중개시장 위축은 직방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직방은 신사업에 적극 투자했지만 손실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클래스101은 최근 스페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100명 규모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앞서 클래스101은 구독 비즈니스 등 핵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대상으로 전체 인원 중 약 10%를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이용자가 많은 스타트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뱅크샐러드·정육각·샌드박스 등도 올 들어 인력이나 운영 비용을 줄이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사업 자체를 중단한 기업도 있다. 국내 최대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운영해온 브랜드 커머스 플랫폼 미미즈는 지난달 28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미미즈는 크리에이터 굿즈 등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던 플랫폼이다.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과 투자가 모두 좌초된 기업들도 있다. 비대면 진료플랫폼인 △썰즈 △파닥 △쓰리제이 △바로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규제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올해 모두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역할론이 대두된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혹한기를 버티기 위해선 결국 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장 상황을 고려해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이자보전 등 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에 적용하는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면 규제를 적용한 후 사업을 종료하도록 유도할 것이 아니라 유예기간을 주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