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에만 정책금융 242조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집행할 주요 기관 중 하나인 KDB산업은행이 자산건전성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강석훈 산은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 이슈에만 매몰돼 자구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안정 달성을 목표로 하반기 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산은에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을 비롯한 임무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산은의 자산건전성이 이 같은 정부 계획을 쫓아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데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11%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3%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이에 산은은 2분기에 후순위채를 8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 가치를 재산정하는 등 BIS 비율 개선을 도모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전력 경영 실적, HMM 주가 등 지분 관계에 따라 산은 BIS 비율에 영향을 주는 지표가 악화했다. 이에 따라 산은의 BIS 비율은 2분기에도 여전히 13%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금융권에서는 분석한다.
물론 산은이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에 어떻게든 지원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산은은 이미 고금리로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해 이자 부담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후순위채 추가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올해 이자 비용으로만 약 10조원을 지불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리하게 정책금융을 집행하다가 자산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BIS 비율 악화를 외부 요인에 따른 악재로 치부하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 적자는 2021년부터 지속됐는데 지금까지도 산은 차원에서 자구책 없이 국제 유가 하락, 전기요금 상승 등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 안팎에서는 산은이 정부의 추가 출자에 기대기 전에 자체적인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은에 정통한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 외에 당분간 건전성 개선을 위한 자구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점 부산 이전 이슈가 블랙홀처럼 산은 내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어 다른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