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몸값 커진 HMM...민영화-獨 하팍로이드 모델 갈림길

2024-1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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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첫 분기 영업익 1조원대 전망

다운턴 대비해 몸집 불려야 하는데

민영화가 대규모 M&A 걸림돌로

산은 지분 우선 민간 매각해 소유분산기업화 대안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제공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제공]

국내 최대, 세계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 앞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해상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팬데믹 때와 대등한 사업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새 주인 찾기(민영화)는 점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선 HMM이 민영화와 세계 5위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처럼 민관 합동 경영 체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섰다고 보고 있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13일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선 HMM이 영업이익 1조1818억원을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상운임이 치솟았던 2022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당초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해운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계 전체가 부진(다운턴)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예멘 후티반군 위협으로 홍해가 봉쇄되고, 파나마 지역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해상운임이 팬데믹 시기와 비슷하게 치솟았다.

업계에선 홍해 봉쇄가 2025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고관세를 피하려고 미국행 물동량이 일시에 급증함에 따라 HMM 호실적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몸집 불리는 글로벌 선사들···HMM은 '민영화' 벽 부딪쳐

회사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HMM 실제 주인인 정부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몸값이 치솟으면서 민영화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배임 이슈를 피하기 위해 보유한 전환사채(CB)에 대해 주식 전환권을 계속 행사했고, 그 결과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은 67.05%(산은 33.73%, 해진공 33.32%)까지 늘었다. 남은 CB도 주식으로 전환하면 내년에는 HMM 지분율이 7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HMM 시총이 약 12조8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 지분 가치는 8조5000억원에서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돈을 일시에 투입해 HMM을 인수할 국내 기업집단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순위 10위권 이내 기업은 경영권 승계·안정화에 주력하거나 해운업에 관심이 없고, 10위권 바깥쪽 기업은 10조원을 만들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하다. 실제로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재계 순위 29위권인 하림그룹과 HMM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지속했지만 양측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현재 MSC,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은 안정적인 항로 구축과 선복 교환, 다운턴 극복 등을 위해 중소 선사를 지속해서 사들이며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HMM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 벌크선, 친환경 선박 등을 확충하며 선복량을 지금보다 두 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선복량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우려도 낮다. HMM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 13조6000억원을 쥐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해운운임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보유한 현금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자체 현금만으로 23조5000억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선복량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국내 중소 선사를 인수합병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는 SK해운, 현대LNG해운, 폴라리스쉬핑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세 회사의 새로운 주인으로 HMM이 지속해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인수합병으로 HMM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민영화 작업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쉽사리 HMM에 대규모 인수합병 허가를 내줄 수 없는 이유다. HMM 민영화라는 정부의 원론적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은 최근 "한국 물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HMM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는 곳에 매각해야 한다"며 "정부는 HMM의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민간 주인 찾기'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현재 민간 경영진이 HMM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주주인 산은·해진공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경영상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소유분산기업 구조 대안 떠올라···정부 2대 주주 두고 점진적 민영화 제안

민영화가 난항을 겪으면서 해운업계에선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하팍로이드 모델이 HMM 민영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HMM은 포스코, KT&G나 독일 하팍로이드처럼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민간기업과 함께 지배구조를 이루는 소유분산기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팍로이드는 민간 지배주주 지분 30%가량에 독일 함부르크시, 칠레 선사,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은 지분만 민간에 매각하고 해수부·해진공은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모델이 유력하다. 경영권은 민간기업이 행사하지만 정부는 HMM이 한국 대표 해운 회사로서 제대로 운영되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후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점진적으로 민간에 매각해 HMM의 완전한 민영화를 달성하자는 게 해운업계 전문가들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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