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등 제조에 투입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한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수급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영준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고, 전날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관련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와 유관 협회‧단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공급망센터(코트라·무역협회·기계산업진흥회), 광해광업공단 관계자 등이 참석해 수급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주영준 실장은 "단기간 수급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나 중국의 수출 통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고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체처 발굴, 비축 등과 함께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대체물질 기술 개발, 재자원화 등 대응 역량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외에도 광섬유 등 갈륨과 게르마늄이 쓰이는 다른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 역시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반응도 정부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갈륨의 경우 주로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등으로 사용 중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중국 외 미국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어 대체 가능하고, 재고도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광해광업공단은 국내 기업들이 약 40일 동안 쓸 수 있는 규모의 갈륨을 비축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축량을 확대하고 수급 차질이 우려될 때 신속히 방출하는 등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에 쓰이는 게르마늄도 대체 물질이 있고 미국, 캐나다 등 수입선이 다변화돼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과 이들의 화합물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관련 업체는 앞으로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하기 전에 중국 상무부와 국무원의 승인을 거쳐 허가증을 받아야 하며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사전 허가 없이 수출하거나 허가 범위를 벗어날 경우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주요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공급의 94%, 게르마늄 공급의 83%를 차지한다. 이처럼 막강한 생산력을 지닌 중국이 갑자기 수출 통제에 나선 건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데 따른 맞대응 조치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오는 6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