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가가치세 2%p 인하로 '경제 지원 사격'

2023-07-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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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 한 마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시민 [사진=베트남통신사]
호찌민시 한 마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시민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이 부가가치세(VAT) 인하로 경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소비를 진작하는 동시에 기업 부담을 경감시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베트남 국회는 지난달 열린 15기 국회 5차 회의에서 부가가치세 인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올해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부가가치세를 2%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는 종전 10%에서 8%로 인하된다. 다만 통신, IT, 금융, 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 금속 및 금속 가공, 광업, 석유정제, 화학 및 소비세 적용 품목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달 1일부터 부가가치세 인하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기업과 소비자 모두 반가움을 나타내고 있다. 첫날부터 많은 기업들이 세금 감면 품목 가격을 인하해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부가가치세 2%포인트 인하안은 작년에도 시행됐는데, 올해의 경우 대부분 소비 품목이 부가가치세 인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상품과 서비스만 부가가치세 인하가 적용돼 혜택 품목이 한정적이었다. 또한 기업과 국민 및 세무당국 모두가 적용 항목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올해는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현지 매체 띤뜩 신문에 따르면 하노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우옌 홍 하인씨는 "부가가치세 인하 소식에 가족들이 매우 기뻐한다"고 전했다. 월 1500만동(약 82만원)의 소득으로 가족들이 쇼핑을 할 때 매달 30만동(약 1만6000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것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나아가 세금 감면이 들어가는 품목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시민 부 티 호아이 투씨도 가족들과 함께 종종 마트나 상업센터에서 쇼핑을 다니는데 부가가치세 인하로 절약된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어 가계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팜 시 비엣씨 또한 이번 정책으로 가족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며 해당 정책이 적용되는 상점과 마켓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의 소비 현황을 보여주는 상품·서비스 소매 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작년 8월에 50%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온 가운데 지난달에는 6%대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소비 여력도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인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방책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가가치세가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 가격에 포함되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세금이 인하되면 상품·서비스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고 기업의 생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베트남 세무사협회 응우옌 티 꾹 회장은 "부가가치세 인하가 상품 및 서비스 비용 절감에 기여하여 생산 및 비즈니스를 촉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2023년 거시 경제 안정과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찌민시 2군 MM메가마트를 찾은 시민 [사진=베트남통신사]
호찌민시 2군 MM메가마트를 찾은 시민 [사진=베트남통신사]
 
기업도 환영
기업들도 부가가치세 인하를 환영하고 나섰다. 물품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 판매 가격 인하로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업체인 CEDO 베트남의 티 투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VAT 인하가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분기당 30억동(약 1억6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며 또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원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통신장비제조업체 RFTECH 타이응우옌의 박상기 사장은 "부가가치세 인하 정책은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와 같은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세금 인하 기간 연장을 고려하여 기업들이 생산 유지 및 회복과 더불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기업들 중에서도 특히 부가가치세 인하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곳은 유통업체들이다. 소비 증가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업종이니만큼 부가가치세 인하 효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앞으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현지 유통업체 호치민협동조합(사이공 꿉마트)은 이달부터 코옵마트, 치어스, 파인 라이프 등 산하 유통 브랜드와 함께 전국 800개 매장에서 수천개 상품에 대한 할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사이공 꿉은 육류와 채소를 중심으로 2000개 이상의 신선 식품을 평균 22% 할인 판매하고 청량음료와 우유를 포함한 가공식품은 32%, 패션 및 의류 제품은 42%, 냄비·프라이팬·전기포트 등 생활용품은 62%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다.

현지 대형 유통업체인 MM메가마켓의 응우옌 아인 프엉 북부 지역 책임자는 매달 평균 100만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찾고 3만개 이상의 품목을 구매한다며, 부가가치세 인하가 적용되는 7월부터 매출이 폭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베트남도 식품, 패션, 식료품 및 기타 제품 등을 포함하여 소비자를 지원하기 위해 주로 생활 필수품에 중점을 두고 여러 품목들에 대해 최대 80%까지 할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호찌민시 한 마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시민 [사진=베트남통신사]
호찌민시 한 마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시민 [사진=베트남통신사]
 
단기적 세수 감소 우려에도 중장기적 효과 기대  
베트남 정부는 부가가치세 인하로 인한 경기 진작 효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지 매체 비뉴스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부가가치세 인하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국민이고, 기업의 경우 생산 비용 절감, 제품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의 탄력성을 높이고 생산 및 비즈니스를 확장하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비자와 기업들이 환영한다고 하더라도 부가가치세 인하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일부 상품군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10%에서 8%로 인하함에 따라 한 해 베트남 국가 예산 수입이 약 24조동(약 1조31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올해 12월 부가가치세는 내년 1월에 징수되기 때문에 2023년에만 국가 예산 수입은 20조동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부가가치세 인하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소비 증가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인해 총 세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많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화살'이라는 것이다. 국내 소비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들은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줄어들고 생산이 회복되면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수입원을 갖게 된다.

베트남 정부는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를 극복하고 국가 예산 추정 관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정부는 관련 부처와 협력하는 동시에 국가 예산 수입을 철저히 관리하고, 세수 관리를 시기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실행해 세수 손실 및 탈세 등을 미리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호 득 퍽 베트남 재무장관은 "현재 경제 상황 속에서 부가가치세 인하는 소비 수요를 진작시켜 생산 및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득퍽 베트남 재무장관사진베트남통신사
호득퍽 베트남 재무장관 [사진=베트남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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