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본의 공습] 은행 문턱은 높고 기업은 줄줄이 적자···돈줄 말라버린 국내자본

2023-06-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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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회사채 2·3년물 만기까지 겹쳐

한진해운 사태로 기업대출 더 깐깐해져

국내자본, 해외자본 비해 네트워크 열세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이유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해외 자본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인수에 나설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 시장에서의 조달 여건도 마땅치 않아서다. 해외 자본에 대항할 한국형 사모펀드도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해외 자본이 점차 국내 M&A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며 국내 기업을 인수해가고 있다. 국내 알짜 기업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 국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회사채 만기·업황 악화’ 삼중고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있어 이른바 ‘삼중고’에 빠졌다. 계속되는 고금리 상황에 더불어 코로나 당시 발행했던 대규모 회사채가 속속 만기를 앞두고 있고, 경기침체로 시황까지 악화하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부분 통로가 막혔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M&A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당장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20조3112억원에 달한다. 2020~2021년 코로나 당시 발행했던 회사채 2·3년물 만기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회사채 상환을 위해 차환을 한다 하더라도 2~3년 전 코로나19 당시 낮았던 금리보다 훨씬 금리가 높아진 상황이라 자칫 두 배 이상의 금융비용(이자)을 부담해야 한다. 이마저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소수의 대기업만 차환에 성공할 수 있다. 상당수 기업은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조차 없어 자금 부족에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들어 대부분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 또한 자금 압박 요인 중 하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국내 제조기업 대상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6.3%가 “적자를 내고 있거나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아시아나항공 데자뷔…대출에 보수적인 금융권
국내 금융 시장이 기업 대출에 보수적인 것도 해외 자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주된 이유 중에 하나다. 과거 한진해운 사태로 대표되는 기업의 경영 위기에 따른 금융권 파장이 시장을 경색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파산 등으로 차입금을 못 갚을 경우 금융권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같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이다.
 
실제 국가 기간산업이던 한진해운마저 파산에 이르렀던 사례는 금융권에 기업 대출에 대한 불신을 조성했다. 당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각각 최대 6600억원과 430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총합 손실 규모만 1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또 지역농협도 회사채에 투자했던 1085억원가량을 손해 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대한항공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금융권의 불안감이 존재한다. 합병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장·단기) 규모는 2조8251억원이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부산은행 등 금융권에서 차입한 자금이 대부분이다.
 
국내 금융권의 높은 '기업 대출' 장벽 특성상 리스크가 큰 M&A 목적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적자로 기업의 자체 보유 현금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공격적인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금은 작년 4분기부터 규모가 줄었다. 대출 잔액은 계속 늘고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대출 승인 규모가 줄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분기별 대기업 대출 규모는 3분기 7조1040억원에서 4분기 6조442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해외 거대자본에 무너지는 한국기업
한국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본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자본과 해외자본은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으로 대조된다. 

실례로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100조원대에 이른다. 국내 상위 10개 IB사의 2배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총 58조740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형 IB 10개사가 골드만삭스의 6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외국 IB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자본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대형 거래에 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상당한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큰 규모의 거래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에 국내 IB들은 외국 IB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아 큰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 자금 조달이나 거래의 안정성 면에서 일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김영호 IMM 프라이빗에쿼티 투자부문 대표는 "우리나라가 외국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며 "외국IB가 국내IB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IB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격차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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