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하니 내 앞에 1만명'... "당첨되면 수억원 로또" 줍줍에 몰린다

2023-06-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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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에 홈페이지 마비

상반기 무순위 청약 경쟁률 100대1..."규제완화 효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무순위청약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고객님 앞에 1만4256명이 대기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서비스로 바로 접속됩니다."

26일 오전 10시 20분 무렵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접속한 A씨는 홈페이지 접속 장애로 10분 가까이 기다려야만 했다. 이날 진행된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에 접속자들이 대거 몰린 탓이었다. 이러한 접속 지연 사태는 이날 오전 내내 이어졌다. A씨는 "시세 차익을 감안하면 최소 5억원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 '줍줍' 열풍이 거세다. 최근 이뤄진 무순위 청약이 수백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높은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계속 상승하는 분양가가 수요자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는 이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계약 취소 주택 1가구와 무순위 물량 1가구 등 2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다. 

오전 9시부터 청약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순간 접속자가 최대 1만명 이상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청약홈이 마비된 건 2020년 사이트 개설 이후 처음이다. 

흑석뉴타운 3구역을 재개발한 흑석리버파크자이는 지하 5층∼지상 최고 20층 26개 동에 1772가구 규모며 2020년 5월 분양 당시 1순위에서 평균 경쟁률 95.9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무순위 청약 열기는 흑석리버파크자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 정부가 청약 관련 규제를 완화한 이후 무순위 청약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6월 7일까지 전국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1922가구에 19만2820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은 100.3대1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하반기(7~12월) 경쟁률이 15.5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작년 상반기 경쟁률(45.9대1)과 비교해도 2배 넘게 높아졌다.

지난 21일 진행된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 무순위 청약은 4가구 모집에 226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566.5대1을 기록했다. 

지난달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자이 무순위 4가구에는 5만7434명이 신청해 경쟁률 1만4358.5대1을 기록했다. 경기 과천시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도 1가구 모집에 3926명이, 과천 르센토 데시앙은 1가구 모집에 4746명이 신청했다.

지난 3월 높은 관심을 끌었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무순위 청약도 899가구 모집에 4만154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6.2대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29㎡는 2가구 모집에 1311명이 청약해 655.5대1에 이르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 규제 완화로 거주지역이나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무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분양 당시 가격으로 공급된 물량에 시세차익을 기대한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분양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무순위 청약은 2~3년 전 분양 당시 분양가로 공급됐다”며 “실수요자는 물론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도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되는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6억4650만원, 계약취소 물량인 전용 84㎡ 분양가는 9억6790만원이다. 이는 2020년 일반 분양 당시 가격으로 현재 84㎡ 매물 호가는 16억원 정도에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당첨되면 최소 5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 여파로 급증한 공사비가 분양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6200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10.11% 상승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정부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에다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무순위 청약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며 거주지와 무주택 요건이 없고 시세 대비 수억 원 저렴하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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