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위원회의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이 도입돼도 업계 우려만큼 부담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금융위는 투자성 상품에 대한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판매회사에 법적 부담을 늘리고, 투자성 상품에 대한 위험등급을 상향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본연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규율 강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금융위와 코스콤 후원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고 제도 도입에 따른 업계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은 금융위가 지난 1월 발표했다.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실제 위험도가 위험등급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일부 상품을 제외한 모든 투자성 상품에 적용된다. 해당하는 상품은 판매사가 시장위험과 신용위험, 환율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등급을 산정해야 한다. 또 상품 판매 시 고객에 대한 위험등급 설명 의무도 부과된다. 도입 시기는 오는 4분기다.
금융투자업계는 가이드라인 도입이 투자성 상품 판매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판매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화되면 경영진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상품의 위험등급 상향과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사의 부담, 위험등급 산정비용 증가 등도 업계가 우려하는 요소다. 하지만 자본연은 업계의 우려만큼 금융사 부담이 커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효섭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도 위험등급 산정 방식을 변경해 금융사 책임을 강화했다"면서도 "위험등급 산정 의무화 제도 시행에 따른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선 법적 책임 강화에 대해서는 위험등급 산정 등 내부통제 관련 권한은 위임 가능해도 법적 책임은 위임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단, 위험등급 산정을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충실히 갖췄다면 책무구조도에 따라 면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 위험등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리스크 위험등급도 과거 위험등급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위험등급은 부분보장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특히 펀드는 달러 외 환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상품에 한해 위험등급이 상향될 개연성이 있다.
신용리스크 반영에 따른 중소형사의 실질적인 부담도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등급이 BBB+ 이하이면 종합 위험등급이 상향될 수 있지만 현재 대부분 금융회사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위험등급 산정 비용은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수집과 위험등급 산정을 담당하는 인력과 IT 시스템 구축, 검증 및 설명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프라 기관의 비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위험등급 산정 의무화를 위한 인프라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과 자동화를 통한 위험등급 산정 오류 최소화, IT 시스템 제고를 통한 내부통제 면책 기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