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 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발행 시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발행한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중소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전환사채의 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전환사채는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존재한다"며 "콜옵션과 리픽싱 등 각종 조건들이 만기 전 취득해 헐값 재매각이나 현물 대용 납입, 투자조합 악용 등과 결합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사채란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전환사채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의 성격에 수익성이 높은 주식의 성격까지 가지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다.
국내 주식연계채권 시장은 코스닥 소속기업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사모방식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에 전환사채가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이 희석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에선 콜옵션 대부분이 발행회사의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리픽싱에 대한 규제는 없으나 시장 관행상 리픽싱 조건을 부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옵션 행사자 지정 및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시 공시의무 부과, 담보 약정 전환사채 발행시 공시 강화 등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만기 전 취득한 사모 전환사채 재매각시 전환권 제한,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한도 및 총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내놨다.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은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자본총계의 20% 이내로 제한한다면 정상적인 회사는 오버행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주주가치 희석은 물론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데 발행 한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며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는 적정한 제재 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시장 개선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일부의 문제를 일반화해서 전체를 규제한다는 건 전환사채의 순기능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균형잡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