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차병원에서 수년간 반혼수 상태로 치료를 받아온 故 이민영씨 사망 원인에 대해 유족과 병원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부검 결과를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등에서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겨야 할 주요 쟁점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민영씨는 분당 차병원에서 2018년 1월 22일 머리에 삽입한 관(션트)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은 후부터 사망 당시까지 반혼수(Semi-coma) 상태로 입원해왔다.
유족 측은 의료진이 지난해 4월 8일 저녁부터 9일 아침까지 약 9시간 동안 석션을 하지 않아 민영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영씨는 기관절개술 및 기도 삽관을 해 타인이 수시로 석션을 통해 침과 가래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호흡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사망 원인에 대한 입장이 갈리자 유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국과수는 민영씨 사망 원인에 대해 “뇌 수술 후 의식을 잃고 장기간의 입원상태에 따른 합병증(폐의 폐렴과 균혈증, 콩팥 기능 이상 등 전신장기부전)으로 추정한다”라고 결론지었다.
국과수 결론대로라면 병원 측 주장대로 사망 원인은 합병증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과수는 사인에 대한 예외를 추가로 한 가지 더 들었다.
국과수는 “사망 과정에서 가래 등이 목에서 걸리며 질식의 기전이 명확히 작용했는지 여부는 부검 소견만으로 논단할 수 없다”며 “유족의 의견대로 가래가 기도를 막는 상황이었다면, 이러한 상황이 사망의 과정을 촉진하는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과수는 부검 시 기도를 포함한 호흡기계 전반에 대한 검사상, 내강을 폐색하는 가래나 폐색하지 않더라도 식별되는 가래 등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병원에서 응급처치(사망 당일) 중 기도 내 가래와 같은 물질을 배출 내지는 제거(석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폐색에 의한 사고를 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차병원 측은 국과수가 제시한 가능성인 '응급처치 당시 석션'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경제>가 입수한 차병원 간호기록지에 따르면, 병원 측은 민영씨 사망 당일 새벽 5시57분 침과 가래를 제거하는 석션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7시27분, 민영씨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영씨 모친은 “병원에선 가래 제거를 해주지 않은 과실이 병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밤 사이 가래 제거를 했더라면 민영이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라고 한다”며 “병원에 도착하니 아이는 이미 죽어있고, 경찰이 오기 전 현장 보존을 요청했으나, 무작위로 청소까지 한 마당에 무엇을 어떻게 더 입증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현석 법무법인 다우 의료전문 변호사는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국과수는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전신성 합병증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다만 기도에서 이물질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실제로 9시간 석션을 하지 않았다면, 이물질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여러 입증을 통해 풀어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