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핵심 내용과 유사한 쟁점을 포함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다.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개인에게 일괄적으로 같은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여자 29명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4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일부 조합원에 대해 회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피고는 4명으로 줄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노동자 쟁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개별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사건 내용이 비슷해 주목을 받았다.
1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노동자들에게 연대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액의 50%인 2000여 만원을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불법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동조합과 달리 조합원 개인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참작할 사정이 있으므로 배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됐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 추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조합원들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