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중국통 젊은 인재'가 한국을 살린다

2023-06-16 06:00
  • 글자크기 설정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美·日에서 물려받은 '선발자 우위'는 끝났다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휴대폰, 전기차, 반도체 시장이 예전에는 미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다. 2022년 중국은 자동차를 2680만대 샀지만 미국은 1364만대 사는 데 그쳤고 전기차는 중국이 680만대, 미국이 99만대였다. 중국 휴대폰 가입자 수는 17억3000만명이지만 미국은 3억6000만명이고 세계 반도체의 35%를 중국이 소비하고 미국은 25%를 소비한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한국이 미국과 아무리 더 가까워진다 해도 이젠 미국이 중국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너무 쉽게 달러를 벌었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CEO 하나도 없이 중국에서 장사했고 비행기 타면 KTX로 부산 가기보다 가까운 중국을 회장님은 1년에 한 번도 안 가봤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고 회장님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법인장들은 미친듯이 일할 맛이 안 나기 마련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일본, 한국, 중국으로 전통산업의 국제적 이전 과정에서 미·일에서 배운 기술의 '선발자 우위'에 올라타 쉽게 벌었고 중국의 추격을 무시하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다. 한·중 관계는 이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이젠 앞만 보고 가야지 뒤돌아보면서 옛날에 우리에게 다거(大哥), 사장님 했던 '라떼' 중국을 자꾸 얘기하면 바보 된다.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무역적자이고 그중 최대 문제는 그간 달러박스였던 대중 무역의 적자 전환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노력은 없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끝났다는 말만 하고 있으면 진짜 끝난다.
시대를 앞서서 큰 것을 이루려면 목표와 책임 그리고 결과 지향의 가치관과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 비즈니스하기가 어렵다고 끝났다는 타령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계속 커지고 중국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피하고 애써 무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상인의 균형감각'이 있어야 산다

과거의 전쟁은 총칼과 대포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기술과 공급망, 금융의 싸움이다. 전쟁에 앞서 먼저 보급품을 준비해야 전쟁에서 이긴다. 한국은 중국과 피할 수 없는 전쟁에서 인재, 기술, 금융에서 보급품을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을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리고 입으로만 삼전도 굴욕이라고 하고 아무 준비도 없으면 또 당한다.
한국은 선비의 비판정신만 가지고 중국에 덤비면 질 수밖에 없고 상인의 실리감각과 균형감각이 있어야 산다. 한국은 탈중국(Decoupling)해야 한다는데 미국부터 탈중국(Decoupling)이 아니고 위험감소(De-Risking)라고 정책 노선을 바꾸었다. G7 국가 중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중국과 대규모 경제협력과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무섭다지만 주먹보다 밥이 우선이다. 경제가 어려워진 선진국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다투어 중국과 손잡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의 최대 수출시장이 중국이고,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최대 수입처가 중국이다. 중국과 기술외교, 자원외교가 잘못되면 여차하면 더 큰 대규모 무역적자가 터질 수 있어 위험감소(De-Risking)는 사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중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한국 야당 대표의 주한 중국 대사 면담이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모방 잘하는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경제에 반하는 베팅을 하지 말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주한 중국 대사의 작심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국의 주중 대사는 중국 고위직을 쉽게 만나지 못한다. 중국 의전은 철저히 격을 맞추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과 회담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 직급을 보고 면담을 하든지 방문을 하든지 할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30년간 중국에서 큰돈을 벌었던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 3년 만에 좌절하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중국 시장은 포기하고 미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잠 못 든다. 그러나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휴대폰, 전기차, 반도체 시장을 버릴 수 없다.
진정한 승부는 9회말부터다. 승부는 자신감이고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진짜는 거품 꺼지고 나온다. 코로나 이후 중국 교민과 주재원 90%가 사라진 한국의 대중국 비즈니스는 10%의 진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고 이제 이 10%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아는 것이 힘이고 지피지기면 필승이다.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뒤지는 것은 인재 때문이다. 10년 전 전 세계 대학 랭킹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우위였지만 지금 한국 1위 대학은 중국의 3위권 대학에 못 미치고 톱3 대학은 중국의 10위권 수준이다. 네이처지에 기고하는 기여도(Nature Index)를 보면 한국 1위 기관의 수준은 세계 70위인데 이는 중국의 기관 순위로 보면 26~27위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CB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청년창업의 꽃인 유니콘 기업 수가 중국은 171개나 되고 시총이 7380억 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은 14개 기업에 330억 달러로 기업 수에서는 중국의 8%, 시총에서는 4%에 그치고 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한국은 중국을 버릴 수 없다면 이겨야 한다. 중국은 끝났다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중국 공부를 철저히 다시 해야 한다. 코로나 3년간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은 2020년 6만7030명에서 2022년 6만7439명으로 별 변화가 없었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유학생은 4만7146명에서 1만6968명으로 64%나 줄었다. 이러면 중국에 또 당한다.
 
국자는 10년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

세계 초일류 기업은 모든 것이 고객 중심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성공은 고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고 최고의 실력 검증은 고객의 만족도에서 나온다. 한·중 관계 30년간 우리는 공급자 중심으로 우리가 팔고 싶은 것만 팔아도 잘 팔렸지만 이젠 달라졌다.  
큰 성과는 영웅이 탄생해야 가능하다. 모든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무형의 정신적인 힘이 존재한다. 기적은 정신력과 가치관의 힘이 만들어 낸다. 한국은 다시 중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웅은 출신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예부터 영웅은 어린 나이에 배출된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환경 역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영웅은 세상의 트렌드를 탈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나온다.
국자는 10년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 돈을 버는 것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은 같은 언어로 동질감을 만들 때에 움직인다. 중국어 안 되는 주재원과 외교관은 과감하게 철수시키고 대안이 없으면 발탁 인사로 중국에서 놀아보고 살아보고 공부해본 젊은 인재들로 교체해 중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서 초·중·고와 명문 대학을 나온 지금의 중국 유학생들은 비즈니스 상대방인 중국인들과 중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학연을 통한 관시(关系)로 영업도 외교도 가능한 인재들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