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美 부채협상 극적 타결 .. 한국은 문제없나

2023-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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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지난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인 ‘2023년 재정책임 법안’에 서명했다. 5일까지 부채한도를 인상하지 않으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어 국제금융시장이 초긴장 상태였는데 마지노선을 이틀 남겨두고 서명한 것이다. 부채한도 협상이 불발되면 6월 초 미국이 유례없는 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의 경고가 나온 가운데 이뤄진 그야말로 ’벼랑 끝 합의‘였다. 양당 강경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은 미국 상하양원 의회를 통과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비로소 안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마치면서 법안이 발효되고 디폴트 우려는 2025년 1월까지 완전히 제거됐다. 주요 내용은 ’정부의 부채한도를 2년 동안 올려주는 대신, 24년 정부 예산은 동결하고 25년도에는 1% 인상하는 방안‘이었다. 백악관은 법안에 대해 "2025년 1월 1일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고, 2025년 1월 2일에는 유예 기간 발행된 채무를 수용하기 위해 부채 한도를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야당인 공화당과 지난달 초부터 부채한도 상향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고, 지난달 28일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법안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미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고, 마침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전날 연설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타협과 합의"라며 "초당파적 합의가 어렵고 통합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시도를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정치가 아무리 어려워지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적이 아니라 동료 미국인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로를 품위와 존중으로 대하고, 미국인과 힘을 합쳐 고함을 멈추고, 온도를 낮추고, 진보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번영을 확보하고, 모두를 위한 미국의 약속을 지키자"고 했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인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미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국회의장이 나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 국회 지도부와 만남을 추진한다던 계획도 무산됐다. 거야의 입법폭주에 대통령의 거부권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거부권을 유도하기 위한 입법폭거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센트루이스 지역연준 경제통계]


미국 연방정부 부채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비율은 2차대전으로 1946년 119%를 기록한 후 점차 하락해 왔으나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 시절(2009~2017) 100%를 돌파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8월 “예산통제법” (Budget Control Act)를 도입했다. 예산통제법에 의해 의회가 정한 부채상한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상하양원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다시 코로나 기간 중의 바이든 행정부 때 급증하여 2022년 말 12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말 연방정부의 부채가 31조 달러에 달했는데 31조가 연방정부의 부채상한선이었다.
 

[미국 센트루이스 지역연준 경제통계, 미재무부]

 
이번에 부채상한에 합의해서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이기는 하지만 미국 국채발행으로 금리가 올라갈 전망이어서 구축효과로 인한 미국경제의 침체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뉴욕연준은 미국경제의 침체 확률이 내년에는 6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부채/GDP비율이 2040년대 중 150% 이상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미국연방정부 부채/GDP비율(%) (1900~2050) 출처: 미국 의회예산국 (CBO)]

미국은 이처럼 부채상한을 도입해서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작 한국은 미국 같은 예산통제법도 없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재정준칙도 도입하고 있지 않다. 지난 문 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가 400조원 정도 늘어나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한국의 국가채무는 한국만의 ‘국가재정법’에 의해 정의된 국가가 발행한 국채만 포함하는 협의의 국가채무 개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고 있는 ‘재정통계매뉴얼’에 의해 국채 외에 국가보증채무, 군인 공무원연금 충당금부채, 중앙은행 부채, 공공기관부채 중 정부기능 수행으로 인한 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부채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광의의 부채개념을 사용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도 130%를 돌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국가채무와 국가부채 출처: 기획재정부]


미국의 경우를 적용하면 벌써 수년 전부터 한국은 부채상한선을 여야 합의에 의해 도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5년 문 정부 기간 동안 막무가내식 큰 정부 재정확대정책을 남발한 결과 국가채무나 국가부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재정준칙 하나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는커녕 여전히 포퓰리즘 법안들을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법안이 시급한 재정준칙 입법을 볼모로 잡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에 연 70조원이 넘는 공공조달액의 최대 10%(7조원)를 할당하고 각종 금융지원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될 경우 자생력이 있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시장경제원칙은 위축되어 정부 지원을 받는 준공기업 성격의 기업·단체들이 급증해 국가 전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은 불문가지다. 지금 한국의 재정은 위기상황이다. 여야 협상과 합의로 부채상한을 결정하는 미국의 의회민주주의 정신에서 교훈을 얻고 재정준칙 도입 등 재정건전화에 매진해야 한다.



​필자 주요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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