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구직단념' 청년 50만명시대 …무엇이 문제인가

2023-04-1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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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시장 미스매치, 초격차 선도기업 육성으로 해소하자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지난 2월 고용동향에서는 경제 활동 상태를 물었을 때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15∼29세) 응답자가 49만7000명으로 5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2020년만 하더라도 20여 만명 수준이었는데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청년고용시장의 심각한 실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쉬었음'은 취업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니고, 취업준비도 하지 않는 상태다. 취업포기자 또는 구직단념자와 비슷한 뜻이다.
취업자들도 많은 청년들이 단기 알바에 종사하고 있다, 2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주당 17시간 이하 초단기 취업자는 225만명에 달했다. 경제허리를 중심으로 전일제 근로자가 줄어들고 고용의 질만 추락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막대한 세금을 퍼부은 노인 단기일자리 90여 만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청년일자리다. 알바라도 많으면 다행이지만 고용주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최저임금 부담을 줄이려는 탓에 쪼개기 알바가 만연해 그나마 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편의점·카페·음식점에서 일하는 39세 이하 청년 근로자들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초단기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10시간 미만 근로자도 20%에 달했다. 이들은 매일 몇 개의 초단기 알바를 전전해 가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주휴수당 같은 잘못된 제도를 폐지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 시행 이후 최저임금의 전년 대비 인상률을 보면 △2018년 7530원(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으로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에 이미 48.7%나 인상된 수준이다. 주휴수당을 반영하면 이미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주휴수당은 근로자를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게 하면 일주일마다 하루씩 유급 휴가를 주는 제도다. 근로자는 5일을 일해도 6일 치 급여를 받게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5일 하루 8시간 근로자에 대해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2020년에 이미 1만원을 넘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 시급은 1만1544원”이라며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청년들은 그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주휴수당 제도가 있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터키·멕시코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당장 주휴수당만 폐지해도 15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므로 청년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주휴수당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정부 5년의 일자리 정책 실패가 낳은 부메랑으로 이미 오래전에 예고됐던 결과다.
이런 가운데 실업급여도 청년실업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실업급여는 원치 않게 직장에서 퇴직한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하지만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급여를 타 내거나 수급 조건에 미달하는데도 편법을 동원해 급여를 받는 등의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다. 급여를 받은 뒤 제대로 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이 4년 만에 인상되면서 이런 부정 수급자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정부는 반복 수급, 미자격자 수급 등 각종 문제점이 지적됐던 실업급여 제도를 본격적으로 수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6월까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복 수급을 막기 위해 5년간 6번 이상 수급할 경우 급여액을 최대 50%까지 깎고, 신청 후 수급까지 대기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수급자들의 구직 활동도 촉진하고 급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실업 전 최소 취업 기간’도 늘리는 방향의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청년들의 구직단념 단기알바 실업급여반복수급 등 청년고용시장의 여러 문제점들은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은 데서 비릇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실정인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음으로써 고용시장 미스매치 현상이 커서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은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청년층 고용률이 60% 수준인데 한국은 40%대 수준이다.
한국의 청년고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고 구직단념자는 높은 수준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과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적은 데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21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 21.6% 공기업 21.5% 국가기관 21.0%인 반면 자영업(창업)은 13.5% 외국기업은 4.7% 중소기업은 4.4% 벤처기업은 2.4%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중소 중견기업을 방문해 보면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그 자리는 대부분 고령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체하고 있다. 주조산업, 금형산업, 소성가공산업, 열처리산업, 표면처리산업, 용접산업 등 뿌리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 중견기업은 물론 사상 최대로 수주를 많이 받아 선박건조 도크(독)가 가득 찬 조선산업에서도 상당 부분이 하청 중소 중견기업 중심으로 일이 이루어져 청년구직단념자가 50만 명인데도 일할 청년들을 구하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처럼 구직난 속에서도 구인난이 극심한 배경에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의 비중이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1/4~1/6 수준에 불과한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전체기업의 0.1%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의 비중은 99.9%로 대기업으로의 성장이 어려운 환경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중소 중견기업에서는 없던 각종 규제가 적용되며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까지 성장하기 위해 총 275개의 규제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 규제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처럼 대기업으로의 성장에 겹겹이 규제가 만연한 데는 대기업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사익편취 집단정도로 인식하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편향된 시각이 중요한 배경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이중성이 청년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의 경우 한국의 전체기업수는 807만8518개인데 그중 대기업은 9213개로 0.1%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기업의 비중이 미국 0.62% 독일 0.44% 일본 0.39% 독일 0.30% 수준이다.
그 결과 한국의 중소기업 고용비중은 선진국의 거의 두 배 수준이며 대기업 고용비중은 현저히 낮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고용비중이 한국은 86.1%인 데 비해 미국 42.1% 영국 53.6% 독일 58.9% 일본 60.8%로 조사되고 있다. 청년 고용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가운데서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돌파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퍼스트무버 초격차기술 선도기업 육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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