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이 최근 다녀온 스페인 해외연수에 피감기관인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직원들이 동행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피감기관인 서울시는 시의회로부터 해외연수 동행 요청을 받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역할 모호성 등을 이유로 연수 안건을 부결시킨 것으로 확인돼 SH공사와 대조를 보였다.
31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 의원 13인, 주택공간위 소속 공무원 4인, SH공사 직원 3인 등 20명은 지난 21일부터 29일까지 7박 9일간 스페인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의원들은 공간·기술 접목을 통한 스마트시티 전략 마련, 혁신건축 도입방안 모색, 시민 커뮤니티 시설 사례 조사 및 견학을 이유로 말라가·그라나다·세비아·톨레도·마드리드 등지를 답사했다.
이번 연수는 그라나다 시정부, 안달루시아 시정부, 톨레도 시정부 등 5곳의 공식기관 방문이 주목적이었지만 관광 일정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집행기관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의 해외연수에 피감기관인 SH공사가 의원 수행 목적으로 동행했다는 점이다. 실제 주택공간위가 공무국외활동 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에 제출한 공무국외활동계획서에 따르면 SH공사 직원의 해외연수 시 업무 내용 중 하나로 ‘의원 수행’이라 명시돼 있다.
주택공간위 의원들의 단체 해외연수는 지난해 12월 일본 연수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일본 연수에도 SH직원 2인이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는 코로나 빗장이 풀렸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각 상임위별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11개 상임위 중 해외연수에 피감기관이 동행한 사례는 주택공간위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해외 연수에 피감기관이 동행하는 관행은 외유성 연수 관행과 더불어 그동안 시민 사회의 거센 비판 대상이 돼왔다. 시의회는 시와 관할 공공기관에 매년 행정감사를 진행하는 등 집행기관을 감시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의원과 피감기관은 사실상 ‘갑과 을’ 관계로 유착 및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외연수시 피감기관 동행은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례로 지난 3월 대구광역시의회 일부 위원회가 실시한 유럽 해외연수에 대구시 집행부서 및 산하 공공기관 직원이 동행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떠난 해외연수에도 피감기관 동행을 계획해 논란이 일자 동행을 취소한 바 있는데 올해 연수 계획에 아예 피감기관 동행 사실 자체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며 더 큰 비판을 자초했다.
◇ 서울시의회, SH에 의원연수 동행 협조 공문…동행 직원 3인 중 2인은 직무 연관성 낮아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번 해외연수 시 피감기관 동행은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가 스페인 의원 연수를 계획하면서 SH공사에 해외연수 동행협조 공문을 발송했고, SH공사가 이에 응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공간위가 SH공사에 보낸 협조 공문에는 “정책 조사 및 기관협력 등 효율적 출장이 될 수 있도록 이 기간에 동반 출장토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SH측에 동행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SH의 자체 판단에 따라 별도 공심위를 열어 결정한 것으로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 관계자는 “행정감사 시에는 SH가 피감기관이 맞지만 입법 활동 시에는 SH는 협조기관”이라며 “SH공사에 동행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SH 자체 계획에 의해 결정한 사항으로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SH공사 역시 피감기관 지위가 아닌 자체 필요로 계획·판단해 해외연수를 다녀 왔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의회로부터 동행 협조 공문은 받았지만 피감기관의 지위에서 참여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며 “서울시장은 스페인 방문 후 임대주택, 스마트시티, 임대주택 수요자 맞춤형 주거 타깃 문제 등에 관심을 표했고 집행기관인 SH공사도 시장의 시정철학에 발맞추기 위해 스페인 방문을 계획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연수에 동행한 SH공사 직원 3인 중 2인이 주택공간위 고유 업무 및 연수 목적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연수에는 SH공사 주거환경개선처장, 자산관리처장, 경영지원처장이 동행했다. 이 중 주거환경개선처장만 주택공간위 업무와 관련이 있을 뿐 자산관리처장·경영지원처장의 경우 해당 위원회 업무와 관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시 공심위, 스페인 연수 동행 계획 부적절 판단 ‘부결’…SH와 대조
서울시의회는 다른 피감기관인 서울시에도 해외연수 동행 요청을 했지만 서울시 공심위는 직원의 연수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해당 안건을 부결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주택공간위가 공심위에 제출한 연수 계획에 따르면 당초 이번 스페인 연수는 SH공사 직원 2인과 서울시 주택정책실 과장 1인이 함께 동행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수에 의원뿐 아니라 행정진행요원들도 따라가는 가운데 해당 서울시 직원 역할이 모호하다고 판단, 공심위가 안건을 부결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시의회가 서울시에 해외연수 동행을 요청한 것은 주택공간위가 첫 사례였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각 위원회에서 연수 동행 협조를 요청할 경우, 일정 기준을 갖추고 그 기준을 정확히 지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민병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위원장에 SH공사 해외연수 동행 배경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일관하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민 위원장은 “SH공사가 의원 해외연수에 왜 따라왔는지 알지 못하고 공무 해외출장 심사가 통과돼 참가했을 것이라 생각했지 제가 물어볼 의무 역시 없었다”며 “집행부에 질의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경제 불황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스페인 의원 연수에 줄곧 반대했던 입장이기에 더욱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반면 다른 피감기관인 서울시는 시의회로부터 해외연수 동행 요청을 받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역할 모호성 등을 이유로 연수 안건을 부결시킨 것으로 확인돼 SH공사와 대조를 보였다.
31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 의원 13인, 주택공간위 소속 공무원 4인, SH공사 직원 3인 등 20명은 지난 21일부터 29일까지 7박 9일간 스페인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의원들은 공간·기술 접목을 통한 스마트시티 전략 마련, 혁신건축 도입방안 모색, 시민 커뮤니티 시설 사례 조사 및 견학을 이유로 말라가·그라나다·세비아·톨레도·마드리드 등지를 답사했다.
문제는 집행기관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의 해외연수에 피감기관인 SH공사가 의원 수행 목적으로 동행했다는 점이다. 실제 주택공간위가 공무국외활동 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에 제출한 공무국외활동계획서에 따르면 SH공사 직원의 해외연수 시 업무 내용 중 하나로 ‘의원 수행’이라 명시돼 있다.
주택공간위 의원들의 단체 해외연수는 지난해 12월 일본 연수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일본 연수에도 SH직원 2인이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는 코로나 빗장이 풀렸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각 상임위별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11개 상임위 중 해외연수에 피감기관이 동행한 사례는 주택공간위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해외 연수에 피감기관이 동행하는 관행은 외유성 연수 관행과 더불어 그동안 시민 사회의 거센 비판 대상이 돼왔다. 시의회는 시와 관할 공공기관에 매년 행정감사를 진행하는 등 집행기관을 감시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의원과 피감기관은 사실상 ‘갑과 을’ 관계로 유착 및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외연수시 피감기관 동행은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례로 지난 3월 대구광역시의회 일부 위원회가 실시한 유럽 해외연수에 대구시 집행부서 및 산하 공공기관 직원이 동행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떠난 해외연수에도 피감기관 동행을 계획해 논란이 일자 동행을 취소한 바 있는데 올해 연수 계획에 아예 피감기관 동행 사실 자체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며 더 큰 비판을 자초했다.
◇ 서울시의회, SH에 의원연수 동행 협조 공문…동행 직원 3인 중 2인은 직무 연관성 낮아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번 해외연수 시 피감기관 동행은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가 스페인 의원 연수를 계획하면서 SH공사에 해외연수 동행협조 공문을 발송했고, SH공사가 이에 응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공간위가 SH공사에 보낸 협조 공문에는 “정책 조사 및 기관협력 등 효율적 출장이 될 수 있도록 이 기간에 동반 출장토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SH측에 동행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SH의 자체 판단에 따라 별도 공심위를 열어 결정한 것으로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 관계자는 “행정감사 시에는 SH가 피감기관이 맞지만 입법 활동 시에는 SH는 협조기관”이라며 “SH공사에 동행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SH 자체 계획에 의해 결정한 사항으로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SH공사 역시 피감기관 지위가 아닌 자체 필요로 계획·판단해 해외연수를 다녀 왔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의회로부터 동행 협조 공문은 받았지만 피감기관의 지위에서 참여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며 “서울시장은 스페인 방문 후 임대주택, 스마트시티, 임대주택 수요자 맞춤형 주거 타깃 문제 등에 관심을 표했고 집행기관인 SH공사도 시장의 시정철학에 발맞추기 위해 스페인 방문을 계획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연수에 동행한 SH공사 직원 3인 중 2인이 주택공간위 고유 업무 및 연수 목적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연수에는 SH공사 주거환경개선처장, 자산관리처장, 경영지원처장이 동행했다. 이 중 주거환경개선처장만 주택공간위 업무와 관련이 있을 뿐 자산관리처장·경영지원처장의 경우 해당 위원회 업무와 관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시 공심위, 스페인 연수 동행 계획 부적절 판단 ‘부결’…SH와 대조
서울시의회는 다른 피감기관인 서울시에도 해외연수 동행 요청을 했지만 서울시 공심위는 직원의 연수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해당 안건을 부결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주택공간위가 공심위에 제출한 연수 계획에 따르면 당초 이번 스페인 연수는 SH공사 직원 2인과 서울시 주택정책실 과장 1인이 함께 동행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수에 의원뿐 아니라 행정진행요원들도 따라가는 가운데 해당 서울시 직원 역할이 모호하다고 판단, 공심위가 안건을 부결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시의회가 서울시에 해외연수 동행을 요청한 것은 주택공간위가 첫 사례였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각 위원회에서 연수 동행 협조를 요청할 경우, 일정 기준을 갖추고 그 기준을 정확히 지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민병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위원장에 SH공사 해외연수 동행 배경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일관하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민 위원장은 “SH공사가 의원 해외연수에 왜 따라왔는지 알지 못하고 공무 해외출장 심사가 통과돼 참가했을 것이라 생각했지 제가 물어볼 의무 역시 없었다”며 “집행부에 질의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경제 불황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스페인 의원 연수에 줄곧 반대했던 입장이기에 더욱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