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당 위안화 환율이 중국 정부의 경계선인 ‘포치(破七·달러당 위안화 환율 7위안 돌파)’를 넘어선 후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환율이 7위안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7.3위안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9일 위안화 역내 환율을 달러 당 7.0356위안으로 고시했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건 작년 12월 5일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후에도 위안화 환율은 오름세를 거듭하며 7위안 위에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위안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약세가 경기 둔화의 조짐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역시 위안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긴축 기조와 경기 부양을 위한 중국의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면서 위안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은 위안화 환율이 올해 4분기 달러당 7.3위안까지 오른 후 내년 1분기까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종전 7위안에서 0.3위안 올린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위안화 약세는 미국과 중국 간 통화정책 차이로 인한 정상적인 현상일 뿐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평가 절하될 근거는 없다며 위안화 약세와 경기 둔화를 같이 보는 시각에 대해 선을 그었다. 특히 글로벌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4월 중국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며 수출 호조가 달러 강세와 미국의 긴축 기조로 인한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중국 외환당국은 포치가 발생하면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외환당국이 이번에는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위안화 약세에 인민은행은 9개월째 대출우대금리(LPR)를 변동하지 않고 있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와 위안화 절하 압력을 고려해 금리 인하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통화 완화가 자본유출로 이어질 경우 위안화에 더 큰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올해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보다 지준율 인하 등 상징적 조치를 통해 경기 부양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