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AAA' 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려 놓는다"고 밝혔다. 피치가 미국에 제시한 신용등급은 'AAA'로 가장 높은 등급이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 아닌 '부정적'을 받으면서 향후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피치는 X-데이트(재무부 특별조치 기금이 소진되는 날)가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 내 당파적 논쟁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같은 날 또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다. 무디스는 백악관과 공화당이 부채 한도 협상에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면서도 만일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윌리엄 포스터 무디스 부사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터 부사장은 미 의회에서 디폴트 예상을 시사하면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선제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은 양측이 디폴트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X-데이트에 가까워지면서 상당한 변화의 어조(디폴트 가능성) 변화가 나타난다면 디폴트 이전에 등급이 바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도 미국의 신용등급은 들썩거렸다. 무디스는 부채 한도가 합의에 다다르기 전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을 고려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 10여년이 지났지만,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여전히 AA+로 유지하고 있다.
이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져 신용평가사들의 우려에 힘이 실렸다. 옐런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럼에서 6월 초 디폴트 가능성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 그는 "우리가 6월 초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6월 초가 디폴트 시한이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곧 의회에 재정 상태에 대해 추가 업데이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