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곳간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국채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피난처로 꼽히는 금으로 몰렸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마켓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의 현금 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573억 달러(약 75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683억 달러(약 90조4000억원)에서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일주일 전 1400억 달러(약 184조5000억원)와 비교하면 60%가 넘게 빠졌다.
마켓인사이더는 "현금 잔고가 3160억 달러(약 416조5000억원)였던 지난 4월 말과 비교하면 매우 큰 감소"라며 "부채한도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재무부의 현금 보유가 계속 줄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2일 오후 연방정부 부채 한도 논의 재개에 나서지만, 투자은행(IB)의 경고는 이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 필립스와 팀 크루파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내달 1일에서 2일까지 정부 수입 확보가 예상보다 느려져 재무부의 현금 잔고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내달 8일 또는 9일 재무부의 현금 보유 잔고가 300억 달러(약 39조50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300억 달러는 연방정부의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사실상 디폴트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이어 골드만삭스는 "백악관과 의회가 디폴트를 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디폴트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디폴트에 임박해서야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이번주 워싱턴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30%, 마감일 직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30%로 제시했다.
앞서 UBS도 디폴트 가능성에 따른 경고를 한 바 있다. UBS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디폴트 선언을 공식화하면 S&P500이 최대 20% 추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일자리가 최소 26만5000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의 0.3%포인트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달러와 미 국채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고,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꼽히는 금값은 올랐다. 금 가격(근월물)은 온스당 1970달러에서 1996.40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3월 105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국채 가격도 이달 중순부터 추락하고 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중순 3.8%에서 4.2%대로, 10년물 국채 금리는 3.35%에서 3.7% 인근까지 치솟았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국채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유가도 하락세다. 7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73센트(1.02%) 하락한 70.96 달러를, 7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73센트(0.97%) 밀린 배럴당 74.85달러를 기록했다. 호주 증권사 IG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원유 가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