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병역 미필 남성이 국가에게 책임있는 사고로 숨지거나 다쳤을 때 예상 군 복무 기간까지 포함해 남성과 여성 사이 배상액 차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전사·순직 군경 유족은 향후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법무부(장관 한동훈)는 2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7월 4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일실이익을 계산할 때 병역 미필 남성은 지급할 국가배상액에서 군복무 기간(현재 육군 기준 18개월)을 '취업 가능 기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남성 피해자의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군복무 기간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삽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장관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건 상을 받아야 할 일이지 벌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며 "이건 국가가 병역의무자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 시행령은 공포일부터 시행되며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국가배상 사건에도 적용된다. 다만 시행 전 확정된 판결에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는 국가배상법에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해 전사·순직한 군경의 유족이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현행법은 이중배상금지 원칙에 따라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전사·순직으로 보상받으면 본인과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2015년 8월 입대해 복무 중 급성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고(故) 홍정기 일병 사건을 계기로 이같은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 일병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정부는 유족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내세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장관은 "현행 국가배상법상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화해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유족의 청구를 금지한 것을 이제는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길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규정은 시행일 당시 배상심의회 또는 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가배상 사건에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