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선 대중국 수출의 감소세가 1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여겨졌던 아세안으로의 수출마저 주춤하며 우리나라의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이 22일 발표한 5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67억92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3.4% 감소했다. 대중 수출이 이달 감소를 기록할 경우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게 된다.
대중 무역적자는 더 심각하다. 통계상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 4월까지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흑자로 일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5월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중국과의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만 153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477억 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2위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 한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대아세안 수출액은 346억142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3억2788억달러에 비해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도 지난해(1~4월) 159억8610억달러에서 올해 77억3723억달러로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대아세안 수출 부진은 아세안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의 수출 부진이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지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은 아세안으로의 수출을 확대하며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을 잠식하는 모양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액은 139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8.6% 증가했으며 올 4월에도 15% 이상 늘었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한 중국이 아세안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합하는 수준에 올랐지만 한국 수출 품목의 경쟁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0년간(2013~2022년) 수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를 분석한 결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열위에 있는 우리나라의 교역 품목은 최근 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 수는 2013년 401개에서 지난해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반면 경쟁열위에 있는 수입특화 품목 수는 815개에서 846개로 31개나 늘었다. 특정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구조 특성상, 과거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수출특화 상태에 있는 품목보다 많아도 수출실적이 양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급증한 것은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입특화 품목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대중교역간 수입특화 품목은 2013년 전체 1168개 중 773개로 60%대(66.2%)였으나, 지난해 1185개 중 918개로 증가했다. 전경련은 이 같은 수입특화 품목 변화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품목 10개 중 7개 이상(77.5%)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첨단분야에서 한미, 한일 간 협력 등을 활용해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기계, 자동차 등 현재 주력품목도 규제완화, R&D 지원 확대 등 초격차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