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긴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금융시장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화당국 의도와 다르게 시장 기대감만으로 금리에 큰 변동이 생기면 일부 업권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해 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금리 격차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수용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출금리도 상당히 낮아진 만큼 금융회사들이 조달 비용 문제로 인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은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간 탈동조화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등 변동금리형 대출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 중 하나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긴장감이 한층 더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4%를 기록했다. 코픽스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것은 약 9년 만이다.
앞서 시중금리 인상기에 코픽스가 3.40%로 발표됐던 지난해 9월 당시 기준금리는 2.50%였다. 기준금리가 당시보다 1%포인트 높은데 시중금리는 그때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또 기준금리가 3.25%에서 3.50%로 오른 뒤 이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시중금리와 기준금리 방향성부터 어긋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예금·대출 상품 금리에 각각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은행채 1·5년물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된 지난 1월 13일 국내 은행채 1·5년물 금리는 각각 3.918%, 4.133%였다. 지난 17일 금리가 3.716%, 3.885%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3.5%로 유지되는 동안 은행채 금리는 각각 0.20%포인트, 0.2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화당국에서는 여전히 기준금리 상단을 3.75%로 열어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조만간 기준금리가 내린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8월 국내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이 더욱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