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요 손해보험업계를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가 단순 '백내장 보험금 담합 의혹' 때문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보업계는 실손 외에도 10여년 전 출시된 보험상품에 대한 내용을 묻는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업계는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의 내부 점검을 받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별도로 조사를 진행한 점을 두고 업무 중복이라고 지적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주 손해보험협회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소비자 민원이 급증한 백내장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와 관련해 손보사 간 담합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기 위한 행보라는 추측이 일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그간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찰청·대한안과의사회와 함께 백내장 과잉진료 및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보험금 지급 기준을 조정했을 뿐"이라며 "공정위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번 조사에서 실손 내용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기보단 10여년 전 판매했던 휴대폰 파손 보험에 대한 질의도 진행하는 등 수년간 여러 행보들을 살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관들이 조사하고자 하는 부서에서 요율, 협의체, TF 등과 같은 단어를 검색하며, 관련된 그간의 자료들을 들여다보거나 수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단순 백내장 담합을 조사하기 위한 행보는 아니였다"고 말했다.
조사를 받은 업체들은 각사별 5~6명의 공정위 조사관들이 동시에 투입돼 관련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대략 30여명의 조사관들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적지 않은 조사관들이 투입된 만큼 공정위 차원에서도 성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한 지적사항을 찾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보험권이 금융감독당국의 관리·점검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는데도, 공정위의 별도 조사가 이뤄지자 부처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정위가 만약 이번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해 낸다면, 그간 다방면에서 주기적으로 내부 점검을 펼쳐온 금융당국이 일을 안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번 조사가 정부 부처간 논의를 통해 진행된 것인지 궁금하고, 그렇지 않다면 부처간 갈등 원흉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의료비 보장한도(통상 1회당 25만원 수준)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사법부가 백내장 수술에 대한 과잉진료 유인을 축소, 관련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금융권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