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해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이렇게 정의했다.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혼재해 회복세가 더디고 불안정한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금융 불안과 신용 긴축에 따른 장기 침체 가능성에 글로벌 정책 공조도 약화해 국익에 따른 이합집산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소폭 올려 잡았다.
16일 KIEP가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업데이트'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인 지난해 11월보다 0.2%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선진국은 신용경색, 신흥국은 경기둔화에 발목
주요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핵심 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신용 위축이 경제 활동 둔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견조한 고용시장과 정점을 지난 물가상승률 등의 긍정적 요인이 있으나 △여유 없는 신용 여건 △여전히 높은 정책금리 △경직적인 서비스물가 수준 등 때문에 하반기부터 경기가 둔화돼 연간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봤다.
유럽과 영국은 높은 근원물가와 유럽중앙은행 및 영란은행의 매파적 대응으로 구매력 회복이 늦어지면서 각각 연간 0.8%와 -0.2%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은 정부 지원책에 따라 물가가 안정되고 인금 인상을 기반으로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며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은 선진국 대비 높은 물가 수준과 대외 수요 둔화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대비 낮아졌다. 유일하게 중국만 리오프닝과 정책 효과 내수가 살아나며 성장률 전망치가 5.5%로 상향 조정됐다.
아세안 5개국은 중국 리오프닝 호재와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악재가 각각 상쇄되며 연간 4.7% 성장할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줄이기 위한 글로벌 공조 필요"
KIEP는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지난 3월 시작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금융 불안이 미국과 세계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미국과 유럽 외 국가에서는 아직 금융 불안이 표면화하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중소형 은행 파산 △실물경기로의 전이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사회의 분열을 야기할 변수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간 주요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공조'를 꼽고 있다.
김 원장은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파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제 안보가 앞서는 시대인 만큼 정책 조합과 국제 공조가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