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식료품 등 가격은 연 1회 인상이라는 공식이 깨지며 1년 새 2회 이상 오르는 제품이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이른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추가 가격인상 조짐마저 일고 있다. 국제 설탕가격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구성품목 10개 중 3개는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10% 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먹거리 물가 부담 가중…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견인
9일 통계청의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한 것이다.
석유류 가격이 지속해서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린 가운데 외식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서비스 가격은 상승 폭이 커졌다.
이는 전월 상승률인 4.2%보다 0.5%포인트(p) 낮은 수치로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작년 2월 3.7%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는데, 그중 외식이 7.6% 올라 전월보다 상승폭이 컸다.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5.0% 올라 200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지난달 반등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치보다 3.9%p 높았는데, 이는 1992년 5월(5.0%p) 이후 30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다.
잼과 치즈, 맛살, 어묵, 참기름 등은 20%가 넘었다. 밀가루(19.2%), 햄버거(17.1%), 식용유(15.4%), 당면(15.1%), 국수(13.7%), 라면(12.3%), 피자(12.2%), 빵(11.3%), 스낵과자(11.1%), 커피(11.0%), 아이스크림(10.5%), 생수(10.2%) 등은 10%가 넘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평균치보다 4.2%p 높았다. 앞서 2월에는 그 격차가 5.6%p로, 2009년 7월(6.1%p)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이었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외식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슈거플레이션 현실화…식품업계, 원가 인상 부담에 ‘곡소리’
전 세계 설탕값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이달 말부터 공급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당 3사가 식품회사 구매 담당자를 통해 전달한 설탕 값 인상 시기는 이르면 이번 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로 알려졌다.
제당 3사가 원가 인상을 단행하면, 반대로 식품업계는 그만큼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등 슈거플레이션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슈거플레이션이란 설탕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설탕을 원료로 쓰는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4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로 지난 1월에 비해 27.9% 올랐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로,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 1월 116.8에서 2월 125.2, 3월 127.0, 지난달 149.4로 매달 상승곡선을 그렸다.
설탕 가격 상승은 인도, 중국 등 산지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생산량은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우량 증가로 수확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원유가 상승, 미국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강세 등도 설탕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설탕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단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세계 밀 가격이 상승했고, 라면, 과자, 빵 등 국내 식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유가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