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마켓을 손에 쥔 구글과 애플의 '갑질'이 심해지면서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각종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앱 마켓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에서는 이달 초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됐다. 앱 마켓 등 '핵심 플랫폼 서비스'가 사업 참여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에게 여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다른 중개 서비스보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특정 앱과 앱 마켓뿐만 아니라 제3자 앱과 앱 마켓의 이용도 허용해야 하고, 특정 앱이나 서비스의 이용을 막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EU 외에 미국·일본 등의 경쟁당국 역시 앱 마켓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앱 마켓 시장 경쟁이 제한되면서 자사우대·최혜대우·끼워팔기 등 여러 불공정 행위가 발생해 왔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규율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구글과 애플이 자사 앱 우대 행위를 방지하고, 타사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1년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다. 이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수단을 강요하거나 부당하게 이용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으로, 이는 법으로 앱 마켓을 직접 규제한 세계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다. 시행령을 통해 세부적인 금지행위를 정해, 앱 마켓 사업자가 만일 이를 어길 시 매출액의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후에도 앱 마켓 규제 목적의 법안들이 여럿 발의됐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매출이나 다운로드 수 순위를 표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 앱마켓이나 외부 웹 경로 등을 통해서도 자유롭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앱 마켓 수수료를 정할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 등 관계 기관이 조정을 권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앱 마켓 실태조사를 할 경우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앱 마켓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공정위가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수차례 밝힌 가운데 앱 마켓도 해당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앱 마켓에 대한 이러한 규제가 실제 법제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일례로 지난해 2월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은 지난해 12월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빅테크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유리하게 시장을 설계하는 등의 자사우대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안인데, 앱 마켓 사업자의 이러한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자칫 자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불거지면서 상원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