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지난 2019년 시작된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 현상도 힘을 잃고 있다. 오히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본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양국 관계 개선은 정치·외교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우리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일본 제품 수입이 늘수록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자취 감춘 '노재팬'...한일 관계 훈풍에 '웰컴재팬'
일본산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다시 늘고 있다. '노재팬을 대체하는 이른바 '웰컴재팬'의 등장이다.
주류 업계가 대표적이다. 7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48.4% 늘어난 662만6000달러(약 87억9000만원)로 집계됐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단행된 2019년 2분기(1901만 달러) 이후 최대다.
일본 기업의 판촉 활동 재개와 신제품 출시 등으로 수입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의 '수퍼드라이 생맥주캔(나마조키캔)'의 경우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인기다. GS25와 씨유 등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중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기업인 유니클로도 국내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왕좌를 탈환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0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생활용품 전문기업 무인양품 역시 불매 운동 이후 급감했던 실적을 회복했다. 2020년 627억원(2019년 1242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238억원으로 급증했다.
일본산 자동차 판매도 호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수치를 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 자동차 누적 판매량은 6704대로 수입차 중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 판매량(3776대)의 약 2배다. 도요타 차종 중 렉서스는 지난달까지 누적으로 4321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보다 114% 늘어난 수치다.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일본 관광은 붐으로 일컬을 수 있을 정도다. 일본 관광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479만명) 중 한국인은 33.4%에 해당하는 160만651명이었다. 대만(79만명), 홍콩(42만명) 등을 압도했다.
일본이 지난해 6월 외국인 단체 관광을 허용한 데 이어 10월에는 한국 등 세계 68개 국가·지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재개하자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엔저(엔화 약세)까지 더해져 방일 한국인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일 무역수지 악화 우려, 정부 "중장기적 이득 기대"
한·일 관계 개선은 외교·안보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경제적 이득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 양국 간 교역량 증가가 우리 무역수지를 더 악화시킬 요인이라는 점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인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일 수출은 306억627만 달러, 수입은 547억1179만 달러로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241억551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적자 행진 중이다. 지난 1분기 대일 수출액은 70억8177만 달러, 수입액은 126억5835만 달러로 55억7658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수입액은 1월 39억5019만 달러, 2월 42억2323만 달러, 3월 44억8492만 달러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한·일 관계 회복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이에 대해 양국 교역이 활발해져도 우리나라의 수출입 특성과 산업 구조 등을 고려하면 대일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