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메카' 제주도, 빅데이터 활용 유지·관리도 메카 꿈꾼다

2023-05-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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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제주도 산간지역에 BMW i3 전기차 200여 대가 방치돼 화제가 됐었다. 제주도 한 렌터카 업체가 할부금과 이자를 내지 못해 자산인 차량이 법원 경매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업체가 임대한 목장에 임시 주차된 차량 모습이 외부에 알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1대당 약 2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했던 제주도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전기차 메카' 제주도는 국내에서 가장 전기차 등록 비율이 높은 곳이다. 제주도의 전기차 등록 비율은 3.24%로 서울(1.18%), 경기(0.56%)보다 크게 앞서 있으며 전기차 등록대수도 2만1325대로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이와 더불어 전기차 정비 및 유지보수와 관련된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고장 발생은 모터(39%)와 배터리(27%) 순으로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제대로 진단할 기술과 성능평가 부재로 방치되는 중고 전기차가 쌓이면서 지역 내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주 지역 내에서 중고 전장품에 대한 재활용, 재제조, 재사용 검증 및 인증 프로세스 확립을 통한 신산업 도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방문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의 전기차진단기술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국·도비 190억원이 투입돼 설립됐다. 센터에 구축된 장비는 전기차 주행재현장비를 비롯해 배터리 모듈·팩 성능평가 시스템, 실주행 전기차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실험용 전기차 등 총 29종이다. 센터는 이를 활용해 전기차 및 주요 전장품에 대한 생애주기 특성과 고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기차 진단과 PHM(고장예지 및 건전성 관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홍영선 센터장은 "전기차 제작사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특정한 의도나 목적을 갖고 수집하는 건 아니다"라며 "센터는 진단·정비에 특화된 데이터를 뽑아내 이를 실제 기술로 활용하고 차량 정비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주행 데이터 수집 시스템 모니터링 장치. 현재 제주 전기 택시 100여대에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데이터 모니터링과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금까지 주행차량 200여 대의 실시간 주행데이터를 수집·분석해 2테라바이트(TB) 분량의 데이터를 쌓았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기술과 PHM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김우중 연구원은 "2TB 용량의 데이터는 주행 데이터와 충전 데이터 등 전기차의 각종 상태 데이터를 분석하기에 충분한 양"이라며 "현재 제주에 있는 100대의 전기 택시를 통해 추가적으로 모니터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센터는 국내 전기차 애프터마켓 활성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에 연구원은 전기차진단기술센터에 설치된 장비를 활용해 기업을 대상으로 정비기술 보급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8회에 걸쳐 246명에게 전기차 정비와 안전관리기술 교육을 진행했다.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는 전기차 전·후방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전기차에 대한 각종 검사, 진단·정비, 수명예측 및 유지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센터가 확보한 전기차 생애주기 DB를 바탕으로 향후 수소전기차 주요 부품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등 미래자동차 산업구조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주행재현장비 테스트룸에서 전기차의 전비 측정 및 주행 재현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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