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 CIC'를 오는 5월 15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검색·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다음 사업부문을 CIC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 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CIC 대표는 황유지 현 다음사업부문장이 맡는다.
CIC는 인사·재무 등 조직 운영에 필요한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다만 본사와 법인은 같기 때문에 '분사'의 개념은 아니다. 현재 카카오 내에는 지난해 8월 설립된 커머스CIC가 해당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쇼핑하기 등 카카오의 이커머스 관련 사업들을 관할하는 조직이다.
카카오 역시 지난 2019년 12월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CIC에서 분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전신은 'AI 랩'이라는 CIC였으며 결과적으로 CIC 전환 7개월여 만에 분사에 이르렀다. 현재는 별도 법인이 된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시작은 지난 2021년 12월 설립된 디지털헬스케어 CIC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지만,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카카오는 '뉴 이니셔티브' 사업으로 인공지능(AI)와 함께 헬스케어와 클라우드를 꼽고 있다.
다만 다음의 CIC 분사는 이들과는 결이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웹툰·헬스케어·클라우드와 달리 '지는 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NHN데이터의 데이터 아카이브 '다이티블로그'에 따르면,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62.81%인 반면 다음은 5.14%에 머물렀다. 한때 포털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것을 감안하면 점유율 차이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이미 카카오의 중심 플랫폼은 카카오톡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카카오의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톡비즈 사업의 핵심은 카카오톡 내 비즈보드와 카카오톡 채널, 그리고 카카오톡 내 탑재된 쇼핑하기·선물하기 기능이다. 또 이미 상당수 카카오 서비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카카오톡이 하고 있는 만큼 갈수록 다음의 역할이 애매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웹툰·뮤직 등 콘텐츠, AI, 헬스케어 등도 다음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
이를 반영하듯 카카오 내 다음 관련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포털비즈 부문의 매출은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5236억원으로 5000억원 선을 넘어선 포털비즈 사업은 2020년 4779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 4925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2022년 4241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2023년 포털비즈 연간 매출 4000억원 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이날 발표한 2023년 1분기 실적을 봐도 포털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836억원에 그쳤다. 포털비즈 매출이 곧 다음의 매출을 일컫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PC·모바일에서 나오는 광고 매출의 비중이 가장 큰 것도 사실이기에 그만큼 다음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다음을 CIC로 분리한 이후 매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침 카카오가 지난 4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업의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러한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모습이다. 다만 카카오 측은 "CIC 분리가 곧 분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카카오는 일단 검색,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음CIC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선도적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