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對中 판매 막히면 삼성·SK하이닉스도 안돼"

2023-04-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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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 백악관이 미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대(對)중국 반도체 판매가 차단될 경우, 한국 반도체 회사들도 대중국 판매를 자제하도록 촉구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익명의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달 초 세계 3위이자 미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규제 검토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표적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중국에서 판매 중인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한 안전 조사를 진행 중이다. CAC가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점은 마이크론의 수입에서 중국 의존도는 상당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전체 매출의 25%에 달하는 수준을 벌었다. 중국 당국이 제재를 가할 경우 마이크론의 막대한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정부 관료와 기업 임원들은 중국의 제재 움직임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반도체 옥죄기에 대한 보복으로 본다.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브로드컴,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줄줄이 중국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  

FT는 “백악관의 요청은 윤 대통령이 24일 미국에 도착하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미국은 그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측면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왔지만, 동맹국에 자국 기업의 역할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 주재 한국 대사관과 삼성은 FT의 논평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로부터 관련한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면서도, 한·미 양국 정부가 첨단 기술 보호 등을 포함해 국가 및 경제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는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조정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며 경제적 압박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포함된다”며 “우리는 이번 국빈 방문에서 이 모든 면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윤석열 정부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하며 중국 정부의 분노를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가 반중 노선을 취하고 있으나,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로 인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요청을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들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갖춘 한국 기업에 면제권을 부여해, 중국에 대한 수출길을 열어줬다. 면제권이 올해 말 갱신되지 않으면, 이들 기업이 입을 피해는 상당하다. 더구나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디램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경영난에 처해 있다.
 
미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판매를 막는 식으로 중국의 보복 움직임을 중단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 당국이 미국이나 동맹국의 기업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중 긴장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그간 중국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옥죄기에도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자제했으나, 중국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FT는 전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고위 관료들을 만난 익명의 소식통은 중국이 보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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