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예상밖 훈풍 불었지만…깐깐해진 금융당국에 '긴장

2023-04-20 18:00
  • 글자크기 설정

[자료=금융감독원]



기업공개(IPO) 시장에 예상 밖 훈풍이 불고 있지만 IPO에 나선 기업은 험난한 여정을 거치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했거나 예정인 기업 가운데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기업은 26곳이다. 전체 29곳 중 거의 대부분이다. 올해 1분기 IPO 기업 수나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곤 공모금액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양호한 모습을 기록했지만 IPO에 나서는 대다수가 증권신고서를 고쳤다.
 
전날인 19일 고기능성 플라스틱 시트 제작업체인 진영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투자위험요소인 업황 등 사업위험과 회사 주요 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등을 추가했다. 또 차입금 현황, 특수관계자 대출거래와 대여금 등도 보다 자세히 명시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국내 와인 수입업체 중 첫 상장에 도전하는 나라셀라가 공모가격을 다시 설정하며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벌써 세 번째 수정이다. 이번엔 당초 희망 공모가인 2만2000~2만6000원에서 2만~2만4000원으로 낮췄다.
 
나라셀라는 고평가 논란에 비교그룹 목록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 하이트진로, 페르노 리카, 로랑-페리에, 브랑켄 폼메리 모노폴, 아드비니, 마시 아그리콜라, 덕혼 포트폴리오,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 등 8개에서 실리콘투,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 콤파니아 데이 카라이비 등 3개로 바꿨다.
 
증권신고서를 세 번 이상 고친 곳은 나라셀라 외에도 한주라이트메탈, 미래반도체, 바이오인프라, 에스바이오메딕스 등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네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면서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일정도 두 번이나 밀렸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틸론도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를 받았다. 회사 측이 제시한 미래 추정 수익과 관련해 정정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AC) 상장사에 도전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수요예측 전에 철회를 결정했다. 정정신고서 제출을 여러 차례 요구받으면서 상장예비심사 효력 기간이 임박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국내 첫 AC 상장인 만큼 금감원이 더 까다롭게 심사한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잦아졌다. 이 같은 당국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급격히 늘었고 적자기업의 특례상장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술성장기업 7개가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연간 30개 기업이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통해 상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코스닥시장에 새롭게 상장한 기업 중 39%가 특례 상장기업이다.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는 투자 판단에 중요한 내용에 대해 근거를 요구하는 만큼 투자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주관사는 정정 요구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사례가 없거나 특례 상장하는 기업은 더 보수적으로 심사하는 것 같다"며 "점점 정정 요구가 늘면서 최소 한 번은 통과의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