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진정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ESG평가부문 중 환경(E) 부문에서 평가대상 증권사 중 3분의 1이 최하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환경부문에 대해서도 개선의지는 있지만 구조적 환경으로 인해 타 업종보다 평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ESG 경영 중 환경부문 개선을 위해 내세운 전략은 페이퍼리스(종이절감) 문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거나 친환경 금융투자상품 비중을 늘리는 것에 불과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5곳이 환경, 사회(S) 부문 등급평가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이 최하등급을 받은 셈이다. 특히 사회, 지배구조(G) 부문에서 D등급이 각각 2개사, 1개사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부문에서 증권사에 대한 평가가 유독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업종 특성상 환경 부문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계자들도 환경부문에서는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친환경 금융투자 상품 비중을 늘리려고 하더라도 상품성이 먼저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ESG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친환경과 동떨어진 성격의 상품을 가진 일부 증권사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와 달리 환경부문에서 개선시킬 요소가 많은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평가를 받을 때 유리할 수 있다.
ESG 경영 개선을 시도 중인 증권사들은 부진한 환경부문 대신 사회부문에서 평가등급을 높여 통합등급을 받는 보완책을 마련한 모습이다. 다수 증권사들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렸다. 양성평등 경영은 사회부문 평가 요소 중 하나다.
이에 글로벌 규준에 맞춰 증권사에 대한 ESG 평가 요소를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 ESG 기관의 기준도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ESG 평가가 엇갈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같은해 4월 팝펀딩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과태료 29억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나서서 팝펀딩 등 부실사모펀드에 대한 전액보상안을 추진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한국투자증권 지배구조 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KCGS는 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와 내부통제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글로벌 ESG 평가기관 서스테일널리틱스는 같은 시기 한국투자증권 ESG 위험등급 14.0점, 낮은 위험(Low)으로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보수적인 자산운용이 우수한 등급평가의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KCGS의 ESG 등급은 S, A+, A, B+, B, C, D 등으로 나뉘고, 서스테일널리틱스는 ESG 위험 등급을 △매우 낮음(Negligible) △10~20점 낮은 위험(Low) △20~30점 보통 위험(Medium) △30~40점 높은 위험(High) △40점 이상 심각한 위험(Severe) 등으로 분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서스테일널리스틱스로부터 받은 ESG 등급은 우수한 편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KGCS로부터는 비교적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국내 ESG 평가기관은 증권사 지배구조 평가요소 중 업계 이슈를 중점에 뒀고, 해외 ESG 평가기관의 경우 자산운용 전략에 초점을 두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증권사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ESG 위원회 등을 구성해 경영에 접목한 상황”이라면서도 “여러 부분에서 ESG 경영에 대한 해석이 달라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