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 문건 유출로 드러난 韓 정부 고위인사 감청 정황

2023-04-1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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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관련 美 기밀 문건, 온라인에 유출

유출 문건엔 한국 정부 고위인사 감청 정황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 대화 내용 포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이 한국 정부 고위인사를 도·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나 외교 문제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에는 한국 정부 내에서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를 두고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유출된 문건에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두고 나눈 대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 전 실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다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NYT는 미국 정보당국이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를 통해 이같은 정보를 수집했다는 표현이 유출된 문건에 담겨 있다고 전했다. 시긴트는 미국 정보기관이 도·감청 등으로 얻은 정보를 가리킨다.

NYT는 한국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 정보 당국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요한 동맹에 대해서도 '도청(eavesdropping)'을 해 왔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국내 문제와 관련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렇다 보니 NYT는 이번 도청 사실 공개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유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이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졌고,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 분량이며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건은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먼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트위터 등에 순차적으로 퍼져 나갔다.

한편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문건 유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NYT에 "유출된 문건은 일부 원본과 다르게 변경된 내용도 있지만 합법적인 정보 수집물과 국방부 합참 등의 브리핑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문건이 진본이라고 해도 정보가 모두 맞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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