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선원 A씨(63)는 "새벽에 그리 심하지는 않았는데 바다가 꼴랑꼴랑 했다. 운반선(117금성호)에 어획물 1차 하역을 끝내고 다른 운반선이 들어오기 전에 그물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배가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물을 들어올리는데 그물에 남아있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며 "처음엔 서서히 기울어지더니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순식간에 넘어갔다. 복원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배가 완전히 뒤집혀 배 밑이 하늘로 올라가 버리니 선원 전원이 모두 물에 빠졌다"며 "그때 외국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한 명씩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또 망망대해에서 떠밀려 가는 동료 선원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망망대해에서 장비도 없고 맨몸으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조류에, 파도에 (선원들이) 자꾸 멀어졌다. 배 쪽으로 좀 붙어야 구조할 건데 자꾸만 자꾸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오전 4시 33분께 제주시 비양도 북서쪽 24㎞ 해상에서 부산 선적 대형선망 135금성호(129t·승선원 27명)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금성호 승선원은 출입항관리시스템상 27명(한국인 16, 외국인 11명)으로 현재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돼 제주 한림항으로 돌아왔다.
이들 중 한국인 선원 2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심정지)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다른 13명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전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경은 나머지 실종자 12명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실종자 중 10명은 한국인, 2명은 인도네시아인으로 파악됐다.
금성호 선체는 완전히 침몰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금성호는 고등어, 삼치, 정어리 등을 잡는 어선으로 지난 7일 오전 11시 49분께 서귀포항에서 출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