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3%대 수준이다. 하지만, 주금공이 만든 정책상품인 특례보증자리론 금리는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상품이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대 고정금리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최대 0.9%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지만,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의 신청금액은 22조2918억원에 달했지만,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저소득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적 배려층의 경우 각각 8.1%, 3.6%, 2.6%에 그쳤다.
주금공의 정책상품이 소비자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금리변동에 소극적이고 시중금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은 지난달 30일 향후 자금조달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동결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5년물 국채금리를 토대로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한 달에 한번 회의를 거쳐 금리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금리안정세에도 이달 말까지는 4%대 금리가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잇달아 상생금융방안으로 금리인하를 꺼내들고 있어 향후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가 상승할 때 나왔어야 할 정책상품이 시기를 놓쳐 변동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출시돼 이용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동진 상명대 교수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고정금리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어 정책상품 유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상품이 유효성을 갖기 위해선 미국처럼 대환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금리 시기에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어도 저금리 시기 금리가 떨어졌을 경우, 더 낮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이 대다수인 한국과 달리 고정금리 대출이 더 많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고정금리의 함정'을 경고했다. 그는 “금리가 인하돼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현저히 높은 경우 오히려 이자비용이 늘어 소비자에게 안 좋을 수 있다”며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