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거세지는 한반도 신냉전 파도 …눈치보기 그만하자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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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찾았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인적인 우애뿐 아니라 중·러 양국 우호 관계의 견고함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들의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중국은 일련의 입장문과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와 연대하여 미국에 대항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양국이 밝힌 입장에서 북·중·러 진영의 공고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진핑은 2013년 국가주석으로 처음 선출되었을 때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이후 그와 푸틴 대통령은 다자회담을 포함해 총 40차례 회담을 했다. 그는 모스크바만 9차례 방문했다. 그리고 APEC, BRICS, G20,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연례정상회의 자리에서도 따로 회담을 했다. 두 사람이 1년에 최소한 평균 네다섯 번 만난 셈이다.
시 주석의 러시아 공식 방문을 전후하여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양국 연대 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했다. 전인대 개최 기간 동안 올 1월에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된 친강(秦剛)이 3월 7일 공식 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 역시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입장과 지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로 출국하는 당일인 3월 20일 '러시아 가제트(Russian Gazette)'에 기고문 발표를 통해 중·러 관계의 현황과 의미를 알렸다. 그리고 이튿날인 21일 중·러 양국 정상은 회담을 하고 두 개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나는 '중·러 신시대의 전면적 전략파트너 관계의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이었고, 하나는 '2030년 이전의 중·러 경제협력의 중점 방향과 발전 계획에 관한 공동성명'이었다.

친강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없었다. 예년 사례와 비교하면 이는 이례적이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5년마다 개최된 전인대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없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가 격화되면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중국 측의 관심도 저하되었다는 방증이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2001년,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네 번째다.  2001년 중·러 우호협력조약 형식으로 발표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개의 성명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은 중·러 양국의 협력 분야, 특히 경제 영역에서 협력의 범위가 해가 거듭될수록 확대된 데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추가된 경제협력 분야로 주목할 만한 사항은 농업, 공업과 광업 분야다. 식량안보를 위한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비료 사업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그 연장선으로 광물자원 분야에서 야금(冶金)을 포함해 광산자원의 장기적이고 호혜적인 공급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공업 분야에서 양국 정상은 양국의 기술 표준에 의거해 협력의 질적인 향상과 새로운 공급망의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는 미국이 재편하려는 공급망에 대한 이들의 대응책이라 할 수 있다.

외교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일치된 인식과 입장이 다시 공식화되었다. 중·러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시 주석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했다. 그는 과거에 전쟁이 최종적으로 대화와 담판으로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를 위해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일방적인 제재의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다시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러 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행동할 것을 밝혔다. 이는 유엔 중심의 국제 체계,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 질서,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에 의거한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준수하고 존중하면서 국제 체제의 다극화와 국제 관계의 민주화, 다자주의와 인류의 보편 가치를 관철시킨 신형 국제 관계와 인류 운명공동체의 구축에 기여를 의미한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안은 인도와 몽골의 협력을 강조한 대목이다. 중·러·인, 중·러·몽 등 3국의 협력을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계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전략 구상에서 최대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려는 인도를 약한 고리로 인식하는 중·러 양국의 전술적 책략이라 할 수 있다. 중·러·인 3국은 2018년부터 3국 정상회담을 시작했으며 2019년에 2차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재개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들의 연합군사훈련도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뿐 아니라 에너지 구매량도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 2월 2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인도의 러시아 에너지 구매량은 10월에 20배 넘는 41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몽골과도 2017년부터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중·러·몽 3국 정상회담도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되었으나 코로나 시기에 잠시 중단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제6차 회담이 재개되면서 3국 간 군사훈련과 더불어 경제협력도 한 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9월 인도와 몽골은 중·러가 주도한 ‘동방-2022’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했다. 중·러·몽은 또한 작년에 ‘파워오브 시베리아2(Power of Siberia2)’ 가스수송관을 2024년 착공하는 데 합의했다. 2030년 완공 예정이지만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현재 논의 중이다. 2019년 완공된 ‘파워오브 시베리아1’ 가스관은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4000㎞에 달하는 수송관으로 연 380억 ㎥ 규모다. ‘파워오브시베리아2’는 시베리아산 가스의 수송을 몽골을 거쳐 중국에 바로 공급되는 구조를 갖출 것이다. 공급량 또한 500억 ㎥에 달할 것이며 몽골은 가스 공급에 통행료까지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중·러 양국 정상은 ‘쌍궤병행’을 최선의 해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즉, 북한의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구축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구상에 입장을 같이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이런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17년 3월 중국은 이를 재포장했다. 중국이 애초에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쌍중단’과 ‘쌍궤병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쌍중단’이 빠진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입장 변화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에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에 부응하는 태도로 임할 것을 공동성명에서 주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러 양국이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시험발사와 예고된 7차 핵실험을 북한의 당연한 자위권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미국이 한·미 동맹과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동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올 초에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왜 유엔에서 결의안 도출에 실패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러 양국은 공동성명으로 향후 유엔에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겠다는 포석을 미리 둔 것이다. 즉, 한·미 군사훈련이 지속되는 한 그리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임하지 않는 한 중·러 양국은 북한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긴장 국면을 유지하는 한 중·러 양국은 이 일대에서 연합군사훈련은 물론이고 연합비행도 정기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중·러 양국의 군사훈련이 우리 서해와 동해에서 빈번해질 것이다. 또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비행 행위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런 중·러의 군사적 합동 행위는 결국 북·중·러 3국의 연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발표 전후에 드러난 중국 측의 행보를 보면 향후 한반도 주변의 국제 역학 구도는 진영 대결로 치달을 것이 자명하다. 이는 북·중·러 대(對) 한·미·일 대립 구도의 심화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군사외교안보전략의 조정도 시급하다. 우리의 안보와 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의 경제 발전과 번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밝혔듯이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 워킹그룹’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같이 우리 안보가 담보되는 소다자주의 군사협의체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혹자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상기한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중국 시장을 상실하거나 중국한테 경제보복을 당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현실이 아니다. 전 세계 120개 나라가 중국을 최대 무역시장으로 가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구상에 동참하는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이들도 우리와 같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전략 구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을 비롯해 서구의 많은 미국 동맹국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이익 규모가 우리보다 월등히 크다. 미국의 대중 무역 규모는 작년에도 신기록을 달성했다. 미국의 적자 또한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도, 유럽 국가들도 우리와 버금가는 대중 교역량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가 이들보다 규모가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무역 구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다. 세계 정세의 흐름에 정확히 판단하고 전략 변화에 적극 참여하며 우리와 같은 운명을 가진 나라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우리의 의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오는 4월 26일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우리는 긴밀한 공조 체계를 갖추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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