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속도내는 美 인태 전략... '괴물' 중국의 성장을 막아라

2023-03-0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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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다음 달부터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동맹 및 우방 정상들 간 만남이 줄을 잇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중남미를 순방하면서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다. 5월에는 일본에서 G7 정상회담이 기약되어 있다.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외교 행보에서 한 가지 확실한 전망은 중국 옥죄기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는 불안한 분위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의 이 같은 우려는 친강 외교부장의 지난 7일 기자회견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미·중 관계를 답변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잘못된 중국 정책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그 재앙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 나아가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성적이고 건전한 바른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을 두고 그는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를 만들고, 각종 폐쇄적이고 배타적 울타리를 만들며,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대항을 유발하고 아·태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획책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중국이 “시종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상호 존중, 평화적 공존, 협력·공영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는 데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위협팽창'이라는 전략적 불안을 해소하고, 제로섬 게임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길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실로 중국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통해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제를 회복하는 데 전념할 의지를 상당히 강조했다. 여기에는 안정적인 국제 정세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미국의 중국 정책은 이를 보장할 기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가 올 한 해 더욱 기승할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를 경제 분야에서도 감지한 듯 친강 외교부장은 "국제통화가 독자 제재에 쓰는 비장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괴롭힘과 협박의 대명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달러 패권의 횡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양회’ 공작보고는 세계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과 억제를 상승시킨 결과 중 하나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견제 정책은 올해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을 우리는 미·중 양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근거해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은 2024년 대선이 기약되어 있다. 대만은 총통선거가 미국 대선보다 이른 2024년 1월에 예정되어 있다. 2025년에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영접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현 대통령의 재선으로 조 바이든이 되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든 중국은 미국의 새 정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 2025년은 그의 3기 집권이 반환점을 도는 해가 될 것이다. 4연임을 생각한다면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2027년까지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이렇게 자신 없게 ‘전후’라는 표현을 쓰면서 성장률 전망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의 국내외 정세가 불안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방증이다. 이런 중국의 초조함과 불안감은 현재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공세적인 입장, 중국이 수세적인 입장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하면 시진핑 주석의 3기 통치의 성공에 대한 칼자루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기존의 소다자주의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적극 가동할 것이고, 더 많은 소다자주의 협의체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현재 미국이 운영 중인 소다자주의 협의체는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 '칩4' 반도체 동맹,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비롯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 공동체), 한·미·일 협의체 등이 있다. 이들은 경제, 기술, 안보 등 영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현재 동맹들이 양자 관계에서 추진 중인 외교·국방(2+2)협의체가 더욱 확산되어 모종의 소다자협의체를 양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선봉에 나서고 있는 나라가 일본과 호주 등이다. 일본은 동남아 지역에서도 이런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과 준동맹 수준의 군사협력 합의를 도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또한 대만과의 관계 역시 전방위적으로 강화해나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미국이 소다자협의체에 의존하는 까닭이다. 미국이 중국을 단독으로 압박하고 견제하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 경제력의 40% 이상 비중을 가지고 공공재를 동맹에 제공하면서 자국의 전략 이익을 더 이상 관철할 수 없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 유세 기간 동안에 강조했듯 동맹과 우방이 결속하면 세계 경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힘을 가지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미국은 확신한다. 이들이 힘을 합쳐 결국 중국의 거침없는 부상을 견제하고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가 미국 인태전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충족하려는 방식에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급속한 발전으로 더 이상 자원을 자급할 수 있는 상황을 지난 지 오래다. 에너지부터 식량, 광물과 기술 등 영역을 망라하고 중국은 이 같은 조달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질서, 제도, 법과 규범 속에서 원활한 수급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중국이 ‘괴물’로 변하면서 그 괴물이 과대한 식욕을 충족하는 데 오히려 이러한 질서, 제도, 법과 규범이 장애가 되고 있다. 중국이 오늘날 이를 무시하고, 위반하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 경제 규모가 5% 전후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공재와 자원 조달을 전제로 한다. 특히 4차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자원 확보가 중국의 국가적 명운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4차 산업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자원의 충족 속도도 더욱더 가속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자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괴물’이 식탐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이런 식탐으로 중국 ‘괴물’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존의 질서, 제도, 법과 규범을 장애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괴물’의 행동은 이를 모두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의 과욕을 미국이 이제는 통제해야 한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인태전략은 따라서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중국 ‘괴물’의 왕성한 식욕을 통제하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공재와 자원을 무작위로 무차별하게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당위적 필요성의 인식이 작동한 결과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괴물’과 같은 부상이 인류의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왕성한 식욕이 통제되지 않으면 이를 충당하기 위한 중국의 행동이 가치, 규범, 제도, 질서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운 계산이 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자원을 이유로 남중국해를 자국 영해로 간주한다. 제3세계 자원 보유국의 경제적 취약점을 노리고 일대일로 사업을 명분으로 이들의 자원을 착취하는 수준의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4차 산업의 발전 속도를 맞추기 위한 명분으로 지식재산권을 무시하고 기술 편취와 탈취하는 행동도 일삼고 있다. 14억 인구의 식품 기호가 급속도로 바뀌면서 세계 식량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인류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중국이 거대한 ‘괴물’로 변하면서 배설하는 쓰레기와 오염물질로 지구촌 환경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인류가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다른 목적은 소다자협의체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이를 수행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소다자협의체를 전방위적이고 다층적으로 결성하여 이들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 이들은 합체할 것이다. 이들의 합체는 ‘트랜스포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조성된 협의체가 합체될 때 트랜스포머와 같은 강력한 대항마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소다자협의체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나라로 팀을 이뤄 분업화되어 있어 그 실체를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 트랜스포머는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와도 같은 존재로 설계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소다자협의체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미국 인태전략의 설계 목적과 의도에 있다. 이에 참여하여 우리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참여국과 신뢰가 증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신뢰 구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신뢰를 얻기 위해 외교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언행일치에서 시작된다. 즉, 국제 정세와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을 이들 협의체에 참여하는 국가와 공유해야 한다. 더욱이 가치 중시를 우리 외교의 기조로 선언한 만큼 동맹·우방과 최소한의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인태전략보고서나 국방백서에는 이런 면모가 없어 보인다. 4월과 5월, 우리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동맹과의 인식 공유를 통한 국가적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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