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혼란 안 끝나" 잇단 경고…'경제 갉아먹는 위기' 오나

2023-03-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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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은행 위기가 한바탕 세계 경제를 휩쓴 가운데 앞으로는 혼란이 경제를 차츰차츰 갉아먹는 ‘슬로모션 위기’로 변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예금 인출에 직면한 중소 은행들이 대출을 옥죄며 신용경색이 발생해, 금융 위기가 일어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권이 슬로모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2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붕괴,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하지만 WSJ는 앞으로는 경제를 ‘차츰차츰 갉아먹는 식’의 슬로모션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지난 1980년대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결과, 3000여곳의 은행들이 무너졌던 저축대부조합(S&L) 파산 사태가 되풀이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SVB 파산에서 시작된 위기의 모습이 S&L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했고, 이에 은행들은 모기지 채권 등의 보유를 늘렸다. 그러나 작년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자 채권의 시장 가치가 급락했고, 막대한 손실은 SVB를 파산으로 몰고 갔다.
 
문제는 SVB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은행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아미트 세루 스탠포드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국 전체 은행의 11%인 약 500개에 달하는 은행들이 높은 금리로 인해서 SVB 보다 더 큰 자산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특히 소규모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노출은 위험 요소다.
 
WSJ는 “보험이 모든 예금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중소 규모 은행의 예금은 오랜 기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을 거둬들이거나 대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위기는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같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뱅킹의 확산도 중소 은행을 압박한다.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온라인 및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은행 고객 비중은 2017년 약 52%에서 2021년 약 66%로 급증했다.
 
은행 이자가 거의 0에 가까웠던 저금리 시기에는 온라인뱅킹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금자들이 고수익 대안을 찾을 이유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예금자들이 고금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셉 어베이트 바클레이스 전략가는 예금자들이 더 높은 금리와 안전성을 찾아 예금을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면서, 대량의 예금 인출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SVB 사태에서 촉발된 지급불능 두려움에 따른 예금 인출은 거의 끝나가고 있으나, MMF로의 머니무브가 제2의 유출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베이트는 “예금 인출의 두 번째 흐름이 시작됐으며, 은행들은 예금 확보를 위해 더 공격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온라인뱅킹을 이용해 대마불사 은행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기도 수월해졌다. 이는 소규모 및 지역 은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15일로 끝난 주에 소규모 은행들에서 예금이 1200억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대형 은행 예금은 660억 달러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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