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후곤 前서울고검장 "신기술 궁구는 법률가들의 소명"

2023-03-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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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범죄 수사 전문가..."기술보안 필요성 커진다"

'검수완박' 유효 결정..."국민들에 피해 돌아갈까 우려"

"신(新)기술이 기존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거나 어지럽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게 지금 법률가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26년간의 검사직을 내려놓고 서초동 한 대로변에 기술보호센터(법무법인 로백스)를 연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57·사법연수원 25기)이 지난 24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며 한 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날로 발전하는 신기술은 새로운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김 전 고검장은 이런 시대에 법률가들이 '익숙함'에 안주하는 대신 '낯선 신기술'을 궁구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서울고검장 시절 IT 신기술과 형사법의 관계를 연구하는 대검찰청 AI‧블록체인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무한한 호기심으로 그는 '자의반 타의반' 첨단기술 범죄에 천착한 검사였다. BBK 사건이나 다원그룹 로비 사건, 철피아(철도+마피아) 등 고위공직자 및 방산비리,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등 굵직한 사건에 형벌권을 행사했다. 평검사 시절엔 특수부에서 컴퓨터 범죄 수사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첨단범죄수사부에서 활약했다.
 
김 전 고검장은 "초임 때부터 했던 모든 수사는 개별적으로 다 소중하다"며 "정치 권력에 대한 수사나 재벌 수사 등의 경험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술유출 분야나 첨단범죄 분야의 수사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유출센터도 만들게 됐고 변호사로서도 그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파견근무를 통해 통신업계 및 방송업계의 합병 등 이슈에 대한 법률자문을 수행하기도 했다.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중앙지검 특수1부장, 수원지검 특수부장, 대검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주요 부패사건 지휘와 수사공보 능력을 키웠다. 이후 대검 공판송무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서울북부지검장, 대구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역임하며 검찰 안팎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요사건을 합리적으로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그와 떼놓을 수 없는 단어다. 퇴임 직전 검수완박 법안이 입법 급물살을 타자 검찰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을 무 자르듯 제한하게 되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신속한 수사도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이어 "검수완박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법안"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 헌재가 국민의 관점에서 입체적이고도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고검장과의 일문일답.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로백스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챗GPT의 등장으로 사회가 한 단계 진화한 것 같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해를 거듭할수록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는데 가장 눈여겨보는 신기술은 무엇인지. 법률가들이 스터디해야 하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나.

"블록체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과 관련된 기술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챗GPT 등 대화형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인간의 지적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법률가들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련 기술을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과 현실의 법률 사이에는 늘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신기술 분야 발전 속도를 법률이 따라갈 수가 없다. 현실의 법이 관련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되, 신기술이 기존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거나 어지럽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게 지금 법률가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검사 시절 산업기술유출 관련 범죄 수사에 앞장선 이력이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산업 스파이의 범죄 수법도 진화하는지, 개인정보와 첨단기술 보안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보나.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 스파이의 범죄 수법도 진화하고 있는 게 맞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개인정보보호와 첨단기술유출 등에 대비한 기술보안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기업과 정보수사기관 등 모든 관련 기관은 이를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과거에는 생계형 산업 스파이 사건이 많았고, USB나 이메일 등을 이용해서 유출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현재는 지능화된 수법들로 변모하고 있다. 핵심인력을 빼내거나 경쟁업체 직원을 매수하는 경우와 함께 공동연구를 빙자해 기술을 유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 직장과의 전직금지 약정을 피하기 위해 직접 채용이 아닌 비상근 자문역으로 위장 채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 회피를 위해 해외에 서버가 있는 이메일이나 앱을 이용하거나 화상채팅, 해외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외국에서 온 연구인력은 없고 실제 연구도 진행하지 않는다. 내국인을 채용해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연구소‧대학 등의 핵심 인력에게 접근한다. 그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척하면서 기술만 빼돌리는 위장 연구소도 새로운 수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보안을 강화하고 기존의 대응 수단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은 직원 교육 및 보안 규정 강화, 보안 전문가 고용 등의 방법을 통해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다. 정보수사기관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산업 스파이를 검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유출 방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산업기술 유출 심각성에 비해 처벌수위나 양형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데는 자본금이 얼마 안 된다. 좋은 기술 개발하는 데 돈을 쓰고 돈이 마땅치 않으니 해킹을 방지한다거나 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항상 외부의 해킹 또는 내부의 기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것이다. 양형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양형위원회에 참여도 했지만 실제 토론을 해보면 여론이 들끓는 사회적인 이슈가 얽히면서 형평이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산업기술 유출 통계를 보면 집행유예가 많다. 개발된 기술을 들고 나가면 그 기술이 실용화됐을 때 영업 이익이나 산업적 가치를 따져보면 수십억, 수백억인데 한 회사는 망하고 있는 거다. 기술을 들고 나간 사람이 집행유예 받고 나오면 그건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회사 자체적으로 예방할 만한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센터를 설립한 것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사기가 판 치고 있는데, 수사 능력이나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새로운 분야를 산업적 측면에서는 키워야 하는 한편,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적당한 규제도 필요하다. 특히 코인 분야는 세간의 많은 관심과 유혹이 큰 분야인데 법과 제도는 아직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금감원 등 관련 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곧 법과 제도가 정비되겠지만 그 사이 법‧제도 허점을 이용한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로백스 기술보호센터 멤버. (왼쪽부터)박정호 전문위원·부센터장, 김서곤 전문위원·부센터장, 김후곤 센터장, 이찬이 변호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법인 로백스 기술보호센터의 강점은 무엇인가.

"로백스 기술보호센터는 검찰에서 산업기술, 방산기술유출 등을 수사한 전문가와 국정원에서 기술보호 및 관련 법률 제정 업무 등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한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국가정보기관에서 30년간 경제안보·기업 시큐리티 관련 정보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장 2명을 부센터장으로 영입했고, 산업기술보호 전문가도 투입했다. 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치나.

"로백스 기술보호 서비스는 고객사의 기술보호 실태를 1~2주간 종합 진단해 리포트를 제공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보안 취약점 현장점검과 함께 법률 리스크에 대한 원스톱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협력업체와 연계한 심화 컨설팅과 개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1~3개월간 진행되는 심화 컨설팅은 협력업체와 연계해 보안컨설팅‧사이버 보안진단‧포렌식 등을 통합한 서비스다.

로백스 기술보호센터의 영업비밀 관련 보안·법률 전문가들은 국내 최고의 사이버보안 전문업체인 ㈜스틸리언 및 국내 1위 디지털포렌식 연구기업인 ㈜지엠디소프트의 기술력과 산업보안·경영 컨설팅 전문 ㈜한국보안평가 및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음으로써 오랜 노하우와 전문성을 접목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영업비밀 침해를 사전 예방하고, 기술유출 및 징후 발생 시 자체 대응과 사법적 구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검수완박 법안 입법 당시 검찰 안팎에서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검수완박 법안 입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지만, 법안 통과 자체가 무효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소위 검수완박법이라고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실무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사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국민도 검찰도 경찰도 변호사도 불송치니 이의신청이니 보완수사 요구니 속절없는 말장난에 헷갈리고 '신속한 형사사법'은 소송법서에나 등장하는 죽은 단어가 됐다. 국민의 기본권을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 헌재가 국민의 관점에서 입체적이고도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검찰과 경찰이 합동 수사를 할 수도 있고, 또 법리적으로 밝은 검찰이 해야 하는 수사가 있고 살인 등 현장을 지키는 경찰이 잘하는 분야를 수사할 수 있는 거다. 검찰의 수사권을 무 자르듯 제한하게 되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신속한 수사도 불가능해진다. 검수완박은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뿐만 아니라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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