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대행 체제 전환...산적한 경영 문제 해결에 최선
28일 KT가 차기 대표를 선임하지 못한 비상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과 직제규정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CEO)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KT는 회사와 계열사를 빠르게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박 대표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사 경영 및 사업 현안을 해결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우선 리더십 공백으로 3개월 이상 연기된 KT 조직개편과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 등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후 계열사 투자 유치를 포함한 미래 사업을 위한 경영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KT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차기 대표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KT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등과 협력해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 사례 확인에도 나선다. KT는 이러한 TF 활동을 통해 국내외 ESG 트렌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기업 경영에 반영하고,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 개선안을 바탕으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되어 변경된 정관과 규정에 따라 차기 대표 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KT가 한국·미국에 상장된 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지배구조 개선과 2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신규 사외이사 및 대표 선임에는 약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관련 기간 단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함으로써 경영 불확실성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대행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KT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반발에...전 정권 인연 있는 사외이사 추가 사퇴
같은 날 KT는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가 사퇴한다고 공시했다. 김대유 이사는 2024년 주총까지, 유희열 이사는 2025년 주총까지 임기가 남은 상황임에도 사의를 표명해 받아들여졌다. KT는 두 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전 정권과의 인연을 이유로 여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이사로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행보로 보고 있다.
김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유 이사는 문재인 정부 대선 캠프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때 제18대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철 이사도 연초 사퇴한 만큼 KT 이사회에는 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물은 더는 없게 됐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이달 31일 임기가 끝난다. 3명의 사외이사에 대한 1년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 올라왔지만 통과 여부는 불분명하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3명의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총에서 3명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KT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없이 김용헌 사외이사 1인만 남게 된다. 상법상 주식회사 이사회는 최소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돼야 하는 만큼 더는 이사회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재선임 안건이 가결되더라도 KT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구성해 차기 이사회를 구축하기로 한 만큼 4명의 사외이사가 최소한의 역할만 하며 질서 있는 퇴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표현명·여은정·김대유·유희열·김용헌 등 KT 사외이사 6인은 회의를 열고 모든 사외이사가 강충구 의장에게 거취를 일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사진 총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KT는 임기가 사실상 끝난 구현모 KT 대표가 일신상 사유로 대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의 임기는 사흘가량 남았지만 비상경영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퇴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