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녀가 상속 포기하면 손자녀도 상속인 아냐"…8년 만 판례 변경

2023-03-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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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채무자가 사망하고 그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을 경우, 채무자의 손자녀가 채무를 상속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배우자만 단독으로 상속을 받는다는 취지로,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한 2015년 5월 판결 이후 8년 만에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3일 사망한 A씨의 손자녀 4명이 낸 승계집행문부여이의신청 사건에서 이의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채권자 B씨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2011년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2015년 4월 A씨가 사망하자 A씨 배우자는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은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의 빚과 재산을 모두 상속받되 상속인이 상속에 의해 얻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빚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이어 B씨는 강제집행을 위한 승계집행문 부여를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2020년 A씨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상속 대상에서 제외하고, A씨 배우자와 손자녀 4명에게 상속 받은 비율 대로 나눠서 빚을 갚으라는 취지의 승계집행문을 부여했다.

빚을 떠안게 된 A씨 손자녀 4명은 이의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 손자녀들은 항고했고,  재판에서는 채무자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손자녀를 공동상속인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와 달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럼에도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손자·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당사자들의 기대와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 법감정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종전 판례가 우리 법체계와 사회 일반의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민법상 손자녀는 자녀보다 후순위 상속인이지만, 자녀나 손자녀 모두 배우자와는 같은 순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채무를 승계하는 상속인들이 상속에 따른 법률관계를 상속인들 의사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간명하고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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