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크레딧스위스(CS)은행 등 미국 중소 금융기관 유동성 우려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일부 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해 주요국 등에 대한 금융안정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2023년 3월) 상 '미 SVB 파산 사태 상황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참고자료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상이하고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월 중 국내은행의 외화 LCR은 규제비율(80%)을 훨씬 웃도는 132.5% 수준이다.
한은은 실제 이번 SVB 사태 원인에 대해 자산 상당 부분을 미국채 등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해 금리 상승에 취약한 SVB의 특수한 자산·부채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당 은행이 바젤Ⅲ 유동성 규제(LCR·NSFR)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유동성부족 사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는 평도 내놨다. 한은 측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8일 유동성커버리지(LCR) 비율 비규제 대상이며 자산의 대부분을 장기증권에 투자한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이 청산되면서 미국 중소은행에 대한 불안이 부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으나 미국·스위스 정책당국의 빠른 대응과 시장 기대가 미 연준 긴축기조 완화로 기울면서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있고 국내 금융시장내 위험회피심리 확산도 제한된 것으로 봤다. 실제 채권금리의 경우 SVB 파산 직후인 지난 13일 미국 국채금리 급락 영향으로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 현재 하락폭이 제한적이고 주식시장과 코인, 원·달러환율 역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미국 중소은행발 유동성 우려가 국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사태가 악화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기관에 대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특히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가 국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요국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은은 이어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과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와 당국이 금융권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나선 가운데 한은도 결제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대해 유의하는 한편, 시장불안시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