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경기 둔화로 실적이 악화했음에도 일부 건설사들은 배당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실적 악화시 현금 확보를 위해 배당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나, 건설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려는 기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질 경우에도 배당기조를 유지한다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현대건설‧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코오롱글로벌 등이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와 똑같이 유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배당금을 지난해와 같은 1주당 300원(우선주 350원)으로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78억8147만2350원으로, 지난해 76억4573만1250원보다 늘었다. 코오롱글로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664억원으로 2021년도 영업이익(약 1868억원) 대비 11% 감소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도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와 같은 600원, 1300원으로 각각 동결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23% 줄어든 5820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4850억원으로 12.5% 감소했다. GS건설의 2022년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14% 감소한 5546억원이다.
적자전환에도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한 곳들도 있다. KCC건설은 지난해 11억원가량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지만 주당 150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지난달 말 공시했다. 전년도 180원에서 소폭 축소된 수준이다. 시가배당률은 2.2%로 유지됐다. 지난해 12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한 신세계건설도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2022년 850원에서 올해 500원으로 줄었으나, 시가배당률은 2.5%에서 2.9%로 올랐다.
실적악화로 전년 대비 배당 규모를 줄인 건설사들도 2년 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금호건설은 지난해(보통주 800원·우선주 850원)보다 줄어든 500원(우선주 550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2021년 배당금액과 동일하다. 서희건설의 올해 1주당 배당금은 45원으로 지난해(50원)보다는 줄었지만 2021년(4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늘었다.
기업들은 실적 악화시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 현금 확보를 위해 배당 규모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적 악화에도 건설사들이 배당 규모를 유지하는 이유로는 주주환원 정책 기조가 꼽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매년 배당금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하며, 올해도 배당금 조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 주가가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주주들) 유인책으로 배당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축소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향후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배당 유지는 향후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배당금은 각 기업의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데, 실적 감소와 배당 확대가 지속되면 이익잉여금이 줄고 이는 자기자본의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당을 유지한 곳들의 경우 아직 회사가 재무적으로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며 "주주환원도 중요한데 기업 실적이 크게 꺾일 때는 현금 확보를 위해 배당을 축소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