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에 있는 한 정보통신(IT) 회사에 다니는 개발자 A씨는 이달 셋째 주까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작업을 끝내야 한다. 현재 A씨는 '주 52시간제'에 따라 일주일에 52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어 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 69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한 뒤 한 달가량 장기휴가를 가는 게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6일 한 주에 최대 69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A씨는 이달 첫째 주에는 연장근로 없이 40시간 일하고 셋째 주에는 69시간까지 작업할 수 있다. 정부 방침대로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면 하루에 13시간이 남는다. 여기에 휴게시간을 보장하면 11.5시간이 남는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A씨의 일주일간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이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근로시간저축제' 도입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은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푹 쉬자'는 취지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보장해 유연한 생산활동을 지원하면서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주 52시간 제도 안에서 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근로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를 제도화했다.
일부 유연근로제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근로자 건강 보호 조치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면서 보편적으로 의무화했다. 근로자 3중 건강보호장치는 △근로일 동안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일주일 64시간 상한 준수 △산업재해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 단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분기 90%·반기 80%·연 70%)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등 장기 휴가도 가능하게 됐다. 자녀를 등·하원시킬 때나 병원 진료 땐 '시간 단위' 휴가도 사용 가능하다. 징검다리 단체 휴가, 10일 이상 장기휴가도 활성화한다.
4일 일하고 하루 쉰다···선택적 근로시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에 따라 주 4일제, 4.5일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개월 정산 기간 내 일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적용 대상을 대폭 늘려 모든 업종에 대해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R&D) 업무는 6개월로 확대할 방침이다.
선택근로제가 확대되면 일주일에 4일 일하고 평일에 하루 정도 쉴 수 있게 된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는 선택근로제를 활용해 자녀 등·하원을 분담할 수도 있다. 비수기에 휴가를 가고 싶은 근로자는 2개월 집중적으로 일하고 1개월간 쉴 수도 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두고 '장시간 근로가 확대된다'는 우려에 대해 "근로시간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며 "제도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주 52시간제 틀 안에서 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한 것이며,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더하면 다른 주는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동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성과를 내려면 근로자 권리 의식과 사용자 준법 의식, 정부 감독행정이라는 세 가지가 맞물려 가야 한다"며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끊임없이 노사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