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69시간' 제조업·IT 업종 우선 적용 가능성...선택근무제 확대도

2023-03-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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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기에 있는 한 정보통신(IT) 회사에 다니는 개발자 A씨는 이달 셋째 주까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작업을 끝내야 한다. 현재 A씨는 '주 52시간제'에 따라 일주일에 52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어 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 69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한 뒤 한 달가량 장기휴가를 가는 게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6일 한 주에 최대 69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A씨는 이달 첫째 주에는 연장근로 없이 40시간 일하고 셋째 주에는 69시간까지 작업할 수 있다. 정부 방침대로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면 하루에 13시간이 남는다. 여기에 휴게시간을 보장하면 11.5시간이 남는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A씨의 일주일간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이다. 
이 같은 '주 52시간제 유연화' 정책은 제조·IT업종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종에 속한 근로자들은 "업무 특성상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도 주 52시간 제도 때문에 중간에 끊는 사례가 많았다"며 경직된 주 52시간제 개선을 요구해왔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근로시간저축제' 도입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은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푹 쉬자'는 취지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보장해 유연한 생산활동을 지원하면서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주 52시간 제도 안에서 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근로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를 제도화했다. 

일부 유연근로제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근로자 건강 보호 조치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면서 보편적으로 의무화했다. 근로자 3중 건강보호장치는 △근로일 동안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일주일 64시간 상한 준수 △산업재해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 단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분기 90%·반기 80%·연 70%)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등 장기 휴가도 가능하게 됐다. 자녀를 등·하원시킬 때나 병원 진료 땐 '시간 단위' 휴가도 사용 가능하다. 징검다리 단체 휴가, 10일 이상 장기휴가도 활성화한다. 
 
4일 일하고 하루 쉰다···선택적 근로시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에 따라 주 4일제, 4.5일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개월 정산 기간 내 일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적용 대상을 대폭 늘려 모든 업종에 대해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R&D) 업무는 6개월로 확대할 방침이다. 

선택근로제가 확대되면 일주일에 4일 일하고 평일에 하루 정도 쉴 수 있게 된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는 선택근로제를 활용해 자녀 등·하원을 분담할 수도 있다. 비수기에 휴가를 가고 싶은 근로자는 2개월 집중적으로 일하고 1개월간 쉴 수도 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두고 '장시간 근로가 확대된다'는 우려에 대해 "근로시간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며 "제도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주 52시간제 틀 안에서 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한 것이며,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더하면 다른 주는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동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성과를 내려면 근로자 권리 의식과 사용자 준법 의식, 정부 감독행정이라는 세 가지가 맞물려 가야 한다"며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끊임없이 노사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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