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장·조미료·면·떡류까지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가격 인상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계획을 백지화한 만큼 편의점 현장에선 한때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8일 편의점 가맹본사에 조미료, 장류, 면류, 떡류 등 4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회사 측은 가격 인상 철회 배경으로 소비자 부담 완화를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격 인상 하루 전 갑작스럽게 편의점에서 가격 인상을 철회하면서 현장에선 이미 부착했던 인상된 가격표를 떼어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편의점주들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점주는 전날 "전부 올린 가격으로 다 바꿨는데. 공문 보니 인상 철회더라. 기존 가격표를 다 버렸는데"라는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점주는 "이미 붙인 가격표를 떼어 내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그만큼 전격적으로 인상 철회가 이뤄진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인상 철회 시점이다. 지난달 28일은 농림축산식품부가 13개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농심, 동원F&B, 롯데제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서식품, 삼양식품,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SPC 등 식품기업 대표 및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해당 간담회 전후로 식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 백지화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가격 인상 계획을 백지화한 업체는 풀무원으로, 농식품부 간담회 하루 전인 지난 27일 생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일각에선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가 현재 한국식품산업협회장으로서 정부와 소통해온 만큼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을 보류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상도 이달 1일 인상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통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6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게다가 현재 통신사와 금융권의 불공정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조사 대상으로 식품업체를 지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 눈치보기에 돌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금리도 많이 올랐다"면서 "아무런 대책 없이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전부 떠안으란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식품기업이 늘어났는데 올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