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에 항의, 해고당한 수습PD...대법 "손해배상"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방송국 간부의 성희롱 발언에 항의하자 해고 통보를 받은 수습 프로듀서(PD)가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강모 PD가 지역 방송국 전 보도편집국장 A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 지역방송국의 보도편집국장이었던 A씨는 2016년 강 PD 등 수습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A씨는 "독서실에 오래 앉아있는 여자는 엉덩이가 안 예쁘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크다" 등 여성 신체 부위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강 PD는 사내교육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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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 PD가 상사들의 성희롱에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그해 10월 수습기간이 만료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듬해 4월 강 PD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했지만 그해 11월 사측은 재차 해고 통보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제 제기에 따라 2019년 3월 근무지를 변경해 복직한 강 PD는 그해 6월 A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수습 직원들이 실제 현장에서 돌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로 남녀 구분 없이 한 말일 뿐,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부터 2심, 대법원은 A씨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수습사원이던 강 PD를 교육훈련에 참여시키지 않고 정식 채용을 거부한 조처 △2차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조처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