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준칙 개정'을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폐지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권한을 두고 수사권 조정 당시 검찰과 경찰 간 신경전이 재연된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됨에 따라 검찰은 '차라리 직접 보완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은 '재수사 후 송치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범위를 조정하는 '수사준칙 개정안 초안' 마련하고 행안부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초안은 경찰 수사에 미비점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무부,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 부활 시도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현재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을 때 검찰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수사하는 대신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에는 검찰은 단 한 차례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 이전처럼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수사준칙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 초안 제59조(보완수사 요구의 대상과 범위)에 따르면 검찰로 송치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거나 사법경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초안은 또 경찰이 불송치 한 사건이라도 재수사 요청 대신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재수사 끝난 사건, 보완수사 요구 그만"
경찰은 수사준칙 개정안 초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수사를 마치고 송치한 사건은 검찰이 더 이상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못 박아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경찰은 "현재도 검사는 이의신청 송치 사건의 약 30%를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다수 사건을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수사 후 송치 사건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할 수 없도록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재수사를 마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초안 내용에 대해선 ‘삭제하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경찰은 "재수사 후 송치 요구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원칙적으로 삭제가 바람직하다"며 "법원(대전지법 2022년 5월 25일)도 재수사 요청 사안에 대해 무조건 검사의 요구대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며, 전적으로 경찰의 재량 판단에 있다고 판시했다"고 부연했다.
법무부와 행안부는 "수사준칙 개정 초안일 뿐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고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