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대출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금융권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고금리 고통 분담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 중소기업단체장 9명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40조원을 기록했고, 성과급만 1조원을 넘게 지급했다”며 “거래 당사자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높은 대출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도 “중소기업은 신용이 아닌 담보로 대출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안 그래도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마당에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업할 마음이 안 난다”고 호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은 2019년 말 716조원에서 지난해 말 953조원으로 33% 증가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도 2019년 말 685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014조원으로 48% 늘었다. 반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총 1조3823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전년 대비 35% 증가한 규모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행태”,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라며 금융권을 향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중소기업 79.3%는 시중은행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시중은행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이자수익”이라며 “금융권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를 즉시 인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을 수렴해 예대금리차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금융권이 성실히 이행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합리한 대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시중은행의 역할을 상업은행(CB)에서 투자은행(IB)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은행법에 따라 시중은행이 상업은행 역할만 하다 보니 이자수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40.8%에 달하는 반면,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5.5%에 그친다. 이에 시중은행이 기업투자, 주식‧채권 판매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우리 금융업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직접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은행이 기업에 자본투자를 할 수 있어야 기업은 건전한 자금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은행도 금리보다 높은 투자이익을 거둬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