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우려에도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대출 규제 강화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 시장이 움직이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낮춘 데 이어 내년 초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 회복에는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사비 급증에 따른 건설 지연 등에 발목을 잡힌 건설 경기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제 대출금리 인하가 수반되지 않으면 민간의 체감효과, 특히 주택구매 등에서는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이미 앞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한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중 대출금리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여전한 상황이고, 대출금리 인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다시 매수세가 확대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연말을 지나 내년 초까지는 관망세가 예상되고 그 이후에 추가 금리 인하 등 이벤트가 생기면 1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부동산 시장에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9월 이후 주택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으나 기준금리가 3.0%까지 내려오며 2%대를 앞둔 만큼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데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도 언급된 만큼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초에도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과 수요층에서 움직이면서 하반기가 아닌 1분기를 전후로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했다고 보인다"며 "당장 시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금리 인하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부동산금융 부실, 공사비 급증 등으로 인해 침체된 건설 경기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올해 1~9월 누적 건설 수주액은 137조93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건설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CBSI)도 부정적이다. 지난달 건설기업 CBSI는 70.9로 전월보다 4.7포인트 내렸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고금리 영향으로 인해 높아진 금융비용이다. 특히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꽉 막히면서 더욱 어려워졌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더욱 가시화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