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꿀벌이 사라지거나 집단폐사하면서 꿀벌을 화분 매개로 이용하는 작물 재배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화분매개벌의 생존 기간 늘리는 '스마트벌통'을 개발해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한 해 평균 61만개의 화분매개용 벌통이 농작물 수분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딸기, 토마토 등 시설 과채류에서 화분매개벌 사용률은 67%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효율적인 벌 관리를 통해 화분매개 효율을 높여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농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8년부터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에 나선 농진청은 2020년 첫 스마트벌통을 개발한 후 여러 차례 농업 현장에 적용해 그 기능을 개선했다.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은 벌통에 각종 감지기(센서)를 적용해 벌통 내부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불볕더위일 때 벌통 내부의 온도 감지기(센서)와 연동된 환기팬이 자동으로 켜져 벌의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온도를 2~3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500ppm까지 낮추게 된다. 한파 때는 감지기(센서)와 연결된 열선 판이 작동돼 벌통 온도는 28~32도(℃), 습도는 60% 내외로 유지한다.
농진청은 이 벌통을 토마토와 딸기 시설재배 농가에 적용한 결과, 여름철 비닐온실에서 벌의 활동량은 시간당 평균 9마리에서 14마리로 1.6배 많아졌으며, 겨울철 비닐온실에서는 벌의 생존 기간이 105일에서 173일로 68일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여름철 토마토는 과일이 맺히는 비율이 15% 높아져 1000㎡ (약 300평)당 100만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다. 겨울철 딸기는 상품이 되는 과일의 비율이 기존보다 6% 높아져 1000㎡당 117만원의 수익이 더 났다.
농진청은 노지 작물, 지능형 농장(스마트팜)의 과채류에도 스마트벌통을 적용해 농작물 생산성 효과를 검증하고, 기술을 개선해 일반 양봉용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승돈 국립농업과학원 원장은 "최근 벌 개체 수가 줄면서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기술로 작물 재배 농가도 손쉽게 벌을 관리해 화분매개 효율을 높이면서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