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지방시대'에 앞장서고 있는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8월 제16대 시도지사협의회장에 선출된 것도 이 같은 평가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시대 전도사 역할이 더욱 바빠졌다. 2022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경북 안동시에 자리한 경북도청 청사에서 이 지사를 만났다. 네이비색 정장에 노타이, 흰색 운동화를 신은 이 지사는 도정을 위해 ‘발로 뛰는’ 지자체장 그 자체였다.
이철우 지사 "지방시대 키워드는 일자리와 교육"
이 지사는 국가 권력구조를 바꿔야 지방이 살아날 수 있다며 중앙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이 지사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를 재편하는 지방분권형 개헌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과 소방은 물론이고 교육 등도 지방이 관할하는 것이 맞고 중앙부처가 잔뜩 설치한 특별행정기관도 지방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도권으로 인구와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양원제 등 지역 대표성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인재와 교육의 수도권 집중화’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지방시대를 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인재, 자본 등 모든 것을 수도권이 독점하고 있다”며 “지방 청년들이 서울에 가면 경쟁이 극심하고 집값도 비싸서 결혼하기도 어렵고 출산도 꺼리게 된다. 우리 국민이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온 나라를 떠도는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엄혹한 현실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서울에 버금가는 생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입을 막으려면 대기업과 함께 지역 주도로 산업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지방시대 일자리 비전이다.
실제 경상북도는 지난달 31일 구미 금오공대에서 지자체-산업계-교육계가 함께 ‘지역 산업 기반 인력 양성 체계 구축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교육과 산업이 연계된 지방 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구미산단에 위치한 SK나 한화 등 대기업에서 대졸 직원을 채용하면 열에 아홉은 서울에서 내려오는데 이들은 2~3년도 안 돼서 떠나 버려 기업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며 “기업에 딱 맞는 인재를 키워내고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지방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 5조원 투자 약속···“계약학과 신설해 지역 대학에서 지역인재 키울 것”
이 지사는 “금오공대, 금오공고, 구미전자고등학교, SK실트론,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최태원 SK 회장에게 5조5000억원 투자를 약속받았다”며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한 성과를 전했다.
그는 “SK를 위해 구미공단 180만평을 지원하겠다고 투자를 권유했다”며 “지역 대학에 반도체를 포함해 기업이 원하는 계약학과를 만들어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 취업이 정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육부도 2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들을 지역 일꾼으로 키우겠다는 게 이 지사의 궁극적인 ‘교육’ 비전이다. 이 지사는 경북도를 반도체 소재, 실리콘 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부품, 방산, 바이오, 백신, SMR 원자력 발전 같은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2차전지 주요 기업들도 경북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규제자유특구 등 인프라가 집적된 포항(블루밸리, 영일만산단 등) 중심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구미 국가산업단지 일원에는 반도체 소재·부품과 방산 클러스터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부족한 지방 대학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인재를 데려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각국 대사들을 만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베트남 학생 1000명을 그들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데려와 한국어를 가르쳐주면서 정착시키는 방안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며 “지난달 28일에는 일본 지방의회 정치인들과 만나 서로 친목을 다지고 오는 11월 공동 의제를 발굴해 회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농업 대전환 제시, ‘천년주택’ 등 정주 환경 조성···“TK 신공항 빨리 착공해야”
이 지사는 농업 육성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있는 상주를 연구개발, 인력 양성과 벤처 창업의 거점으로 육성해 ‘국가농업테크노폴리스’로 만들 계획이다. 또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을 통해 생산을 대폭 증대해 청년 농부를 전문경영인으로 키울 방침이다.
그는 “농업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농업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며 “농업 분야에서 기계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농업 소득을 지금보다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특히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를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은 주거 조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지사는 “아파트보다는 흙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천년주택’을 만들 계획”이라며 “안동 하회마을도 600년 됐다. 주택도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와 관련해 “현재 인천과 경쟁 중인데 유치해 성공한다면 소규모 지방도시를 통한 지역균형발전과 관광‧경제 활성화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 천년고도인 경주는 한국 문화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도시로 대규모 정상회의 개최에 필요한 장소, 교통 접근성 등이 다른 도시에 비해 우수하다”고 했다.
대구경북신공항, 가덕도와 달리 ‘재정 걱정無’···종합청렴도 2등급, 식사도 1만원 이하로
지역 내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신공항 건립 문제에 대해 “어느 지역에서라도 공항이 건립될 수 있어야 한다”며 배포를 보였다.
다만 그는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재정 확보에 있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경쟁자라고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가덕도 신공항은 13조원 전액을 국비로 투입하지만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존 대구공항 땅을 팔아서 짓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고 TK신공항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과 불협화음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북도는 지난달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2022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17개 시도 중 최고 등급인 종합청렴도 2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최근 3년간 연속해서 2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시도는 경북을 포함해 2개뿐이어서 청렴도 우수 지방정부의 위상을 확인해 기쁘다”며 “부임하고 나서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식사도 1만원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지사는 지역의 이익과 주민 삶을 행정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 관여는 아주 불가피할 때나 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지방을 살리는 일이 제가 할 일이고 그 과정에서 경북에서 국가 혁신의 시범 모델을 만들어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작은 인사에 개입하지 말고 야당 대표와 언론사 대표를 수시로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경청해야 한다”며 “합의를 통해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 국가수반이기 때문에 외국에 가서 국가 안보와 외교 성과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프로필
△1955년 출생
△영남중학교 졸업(21회)
△김천고등학교 졸업(22회)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학 학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국가정보원 국장
△제18~20대 국회의원
△제32·33대 경상북도지사